사비 털어 공부방 운영, 가족들이 12명 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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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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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급격한 고령화와 우리 농업을 둘러싼 많은 문제들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많이 접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다문화 가정과 그 자녀들의 교육수준 저하 및 사회 부적응 등의 어려움은 앞의 문제에 비해 많이 드러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나 각 시도, 시군 단체 및 민간단체에서 결혼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관심을 높여가고 있지만, 그 자녀들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다.
다문화 가정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학교4-H회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최재호 지도교사(충남 금산 제원중학교)와 함께 지역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공부방을 찾아 운영 상황과 효과 등을 살펴봤다.
‘도란도란 공부방’(충남 금산군 제원면 명암리)은 다문화 가정 자녀 중 미취학 아동 및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 학생이 모여 공부하는 곳이다.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정미영 원장은 지난 3년 동안 초등학교 방과 후 논술교사를 하면서 느낀 것이 많다고 했다.
교육수준 차이 극복 필요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학교에만 보내고 다른 것을 신경 쓰지 않아 한국 가정의 아이들과 교육수준이 차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로 인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더욱 왕따를 당하는 것이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교육적·인성적 문제의 시급함을 깨닫고 2007년 봄 사비로 집터를 사서 건물을 짓기 시작해 그 해 11월 공부방을 개원, 현재 12명의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대학을 갓 졸업한 정미영 원장 딸 권유민씨가 아이들의 학업을 담당하는 교사로 일하고 있으며, 정 원장은 아이들의 식사와 간식을 담당하고 있다. 또 아이들의 귀가는 정 원장의 남편이 맡고 있다.
사회복지사와 함께 꾸려가야 할 상황이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다. 작년까지 전액 사비로 공부방을 운영했지만, 올해 3월부터 정부에서 200만원의 운영비를 보조 받고 있다.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저녁 8시30분까지 요일별로 논술, 영어, 종이접기, 한자, 컴퓨터 교육을 하고 있으며, 저녁식사도 제공하고 있다.
정 원장은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이라 하더라도 한글을 익히고 학교에 입학해 글을 다 읽을 줄 아는데, 여기 아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공부방에 다니면서 한글을 익혀 이제 읽고 쓰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실질적 정부지원 필요
특히 공부방에서는 아이들에게 한자공부를 열심히 시키고 있었다. 한국어에서 한자의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어의 기초를 다지는 개념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현재 아이들은 한자능력검정시험 7, 8급을 딴 상태고, 6급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나 자존감이 많이 무너진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게 한자능력검정시험을 통해 친구들이 이루지 못한 것을 먼저 해냄으로써 자랑꺼리를 만들어줘 자존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권유민씨가 귀띔했다.
앞으로 교사 월급이 정부지원으로 해결된다면 다문화 아이들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의 아이들도 함께 공부하는 통합 시스템을 운영할 것이라는 정 원장. 공부방은 3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면적이어서 다문화 가정 19명, 일반 가정 자녀 11명이 함께 어울리며 서로를 위해주고, 아이들 간의 편견을 없애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공부방을 나오면서 정미영 원장같이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해 봉사하는 손길에 대한 고마움과 동시에 좀더 실질적인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또한 농촌의 미래 세대육성을 자처하는 4-H에서도 다문화 가정에 관심을 갖고, 이를 통해 지역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감당해보길 기대한다.
〈오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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