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01 격주간 제703호>
<영농현장> 학업과 농사 병행하며 여성 농촌지도자에 도전

안 지 인 회장  (한국농업대학4-H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농업의 ‘농’자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농업에 큰 기대를 가지고 농업인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저의 꿈은 남들이 하지 않는 독보적인 분야에서 농업을 하는 것이며, 이러한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다부지게 자신의 꿈을 밝히는 안지인 회원(전 전라북도4-H연합회 여부회장, 현 한국농업대학4-H동아리 회장)은 한국농업대학 특용작물학과에서 열심히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안 회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한 때는 대학진학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2002년 고등학교 졸업 후 원광대 법학과에 합격했으나 집안 형편상 대학 진학의 꿈을 접고 전북 진안에 있는 부모님의 농장에서 농장 일을 거들어야 했다. 그 때 접한 것이 4-H활동이다.

4-H활동이 진로 결정에 영향

“농촌에 있으면 젊은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어요. 4-H는 그러한 면에서 농촌의 젊은이들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어 주는 샘이죠. 4-H활동을 하면서 농촌의 젊은이들과 어울리며 농업의 중요성도 깨달았고 제가 할 일도 찾게 되었습니다.”
한국농업대학에 진학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농업을 알게 된 이후부터 대학의 꿈이 작아졌다는 안 회원은 지금 농업의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저는 에쿠스 타고 시장 보러 갈 겁니다. 그리고 저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거예요”라고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말한다.
안 회원과 함께 도연합회를 이끌었던 이형재 회원(2006년 전북4-H연합회장)은 “안 회원은 책임감이 강하고 빈틈이 없으며, 일이 생기면 피하지 않고 부딪치며 최선을 다한다”고 말한 뒤, “리더십도 강해 연합회 행사가 열리면 누구보다도 일찍이 나와 준비한다”며 안 회원을 칭찬했다. 집안일을 새벽에 마치고 나오는 것은 기본이라고.
지금은 한국농업대학4-H동아리를 이끌어 가고 있는 안 회원은 동아리회원을 30명에서 70명으로 늘려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4-H활동이 잘 이루어져 나가기 위해서는 회원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원이 많아야 4-H에 대한 힘도 많이 실리고, 그러다 보면 보람 있는 일도 많이 할 수 있잖아요.”
안 회원은 작년 한 해 동안 하와이에서 일본인 3세가 운영하는 ‘토모노 오키드’ 난 농장에서 농장 실습훈련을 받았다. 농장 일을 배우면서 미국이 왜 강대국이 됐는지 알게 됐다고.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자기가 맡은 일에 너무도 완벽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는 나라, 일을 열심히 하면 미래가 보장이 되는 나라였습니다. 조그만 일이라도 철저히 하고 진지하게 일하는 그들의 근성이 미국을 이끌어가는 힘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누구보다 지역4-H활동 앞장서

<안지인 회원이 4-H연합회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버섯재배용 톱밥을 정리하고 있다.>
지금은 학교에 다니느라 지역 활동을 하기 어렵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지역에서 활동했던 안 회원은 전북4-H풍물패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각 시군에서 영농회원 20여명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연습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한 차례도 빠짐없이 연습한 결과 2007년 4-H중앙경진대회 민속경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연습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차량 헤드라이트를 켜고 연습했던 일, 연습실에 난방이 되지 않아 손을 부비며 연습했던 일들이 생각난다”는 안 회원. 지금도 전북4-H풍물패는 도내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하여 신명나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05년 진안 평장 야영장에서 100여명의 회원들과 2박3일간 가졌던 진안군4-H야영대회 때 ‘쌀 한 톨이라도 농민의 피와 땀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라는 좌우명을 갖게 됐다는 안 회원. “식사 시간에 송영선 현 군수님과 임수진 전 군수님 등 내빈 50여명이 같이 식사를 했는데 식사 전에 했던 선서가 바로 ‘쌀 한 톨이라도 농민의 피와 땀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였어요. 저는 그때 가슴 찡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시를 회상하는 안 회원의 말에서 농업에 대한 진한 사랑이 묻어났다.

“꾸지뽕나무 사업 특화할 것”

현재 안 회원은 주말이면 집으로 내려와 부모님이 경영하시는 8만2500㎡의 꾸지뽕나무 농장 일을 돕고 있다. 현재 농장에서 나오는 꾸지뽕나무 잎을 차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꾸지뽕나무 잎을 차로 가공하는 공장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
“가업을 이어받아 꾸지뽕나무 사업을 특화시켜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키워가고 있는 안지인 회원이 4-H이념과 농심을 가슴에 새기고 우리 농촌을 이끌고 나가는 여성지도자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강선태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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