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5 격주간 제702호>
<영농현장> 공대 마다하고 흙내음 속으로…아담한 ‘4-H농장’ 일굴 터

한 일 규 회원  (대전광역시4-H연합회)

“공과계열 고등학교를 마치고 공과대학에 다니면서 형의 농장 일을 가끔 도왔는데 어느 날 편안함이 온 몸에 퍼지는 거예요.”, “나도 모르게 나무를 건드리면 웬지 아파할 것 같아 미안한 생각도 들고요.”라고 말하는 대전광역시4-H연합회 한일규 회원(26·유성구 용산동 413-2)의 말에서 우리 농업의 진정한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이어진 말이 “4-H활동도 열심히 해서 아담하고 소박한 4-H농장을 일구는 것이 1차 목표”라며 활짝 웃는다.
지난 2007년, 농사지식이라고는 가끔 부모님과 형을 돕던 것이 전부였던 한 회원은 “농사가 좋으니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이미 화훼로 기반을 잡은 형 옆으로 돌아왔다. 2년 반이 흐른 지금은 하우스 1980㎡의 주인이 됨과 동시에 미래의 꿈을 차근히 다져가는 영농인이 되어가고 있다.

첫 농사로 갠차야자·아라우카리아 5500주 심어

990㎡의 2중 하우스에는 2년 전에 심은 열대 관엽식물인 갠차야자와 홍콩야자가 심겨져 있다. 홍콩야자는 많은 량을 출하하고 현재는 화분에 심어져 있는 100여분만 있다. 이는 종묘값이 비싸 묘목의 자체 생산을 위해 남겨 둔 것.
1000여주를 출하하고 남은 1000여주의 갠차야자는 갑자기 닦쳐온 경기침체로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또 다른 990㎡의 하우스에는 역시 열대 관엽식물이며 음지식물인 아라우카리아 2년생 3500주가 심겨져 있다. 올해 말부터, 큰 것부터 화분에 심어 출하하고 내년 말까지는 모두 출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올해 경기가 나빠 주당 1만5000원에 내놓고 내년에는 최하 2만원에 출하할 계획이다.
“종묘값이 만만치 않아요. 아라우카리아 묘목값이 주당 1200원인데 4000주를 구입했으니 그것만도 5000여만원에 가깝습니다”라고 말하는 한 회원은 “그래도 갠차야자나 홍콩야자는 형으로부터 묘목을 얻어서 다행이지요. 물론 나중에는 모두 갚아야하겠지만 말입니다”라고 들려준다. 올해는 5000만원의 소득에 만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넌지시 암시한다.
한 회원이 공업계통의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형이 4-H활동하는 것을 늘 보아왔기 때문에 그리 낯설지 않았다. 그래서 영농에 정착하기 전에 대전시4-H회에 가입했다. 형의 권유도 있었지만 은근히 영농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것이 2006년이다. 현재는 아무런 직책도 없지만 사업이 어느 정도 괘도에 오르는 내년에는 임원으로 열심히 해볼 요량이란다. 지금까지는 선배들의 활동을 보고 배우며 몸으로 활동한 것이 전부라고 솔직히 털어 놓는다.

앞으로 4-H활동 왕성히 할 것

<대전광역시4-H연합회장을 역임한 형 한규용 전회장(오른쪽)과 사업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한일규 회원.>
어찌 보면 한 회원에게 4-H활동부터 영농정착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끼친 형은 다름 아닌 2006~2007년 대전시4-H연합회장을 역임한 한규용 전회장이다. 한 회장은 동생이 아직은 시작단계이므로 모든 것이 어설프지만 스스로 하고자하는 의지가 있어 빠른 기간 내에 기반을 잡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형이 본 아우에 대해 물어보자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전공분야가 아니어서 노력한 만큼 안 이루어질 때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아 매우 안쓰럽다”며 “시간이 가면 실력이 늘겠지만 노력하는 것이 보기가 좋다. 또 함께 해서 좋다”고 들려준다.
‘힘을 기르자’란 좌우명으로 영농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는 한 회원은 “부모님과 형이 도움을 주고 있으므로 열심히 땀흘려 빠른 시일 내에 확고한 기반을 마련해야겠다”고 말한다. 농장 규모를 크게 확대해 특수작물은 물론 우리나라 특산종 나무를 골고루 재배해 보고 싶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4-H회원 함께하는 농장 만들 터

나아가 아직은 준비단계지만 형과 함께 4-H회원들이 언제나 찾아와 기술을 익히고 배우며, 4-H를 얘기하는 기술농장을 가져 보겠다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특기가 요리하기이고 취미가 낚시인 한 회원은 아버지 한관회씨(52)와 어머니 조한희씨 사이의 막내이다.
 〈김창환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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