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01 격주간 제697호>
<영농현장> 실패를 디딤돌 삼은 과감한 변화…큰 성공 기대

이 승 재 회원  (울산광역시4-H연합회)

아직 쌀쌀한 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3월이지만 여기저기서 추위를 뚫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꽃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봄은 꽃들에게 추위라는 시련을 이겨내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하는 계절이다. 이런 봄꽃처럼 새로운 변화와 도전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고 있는 이승재 회원(울주군 삼남면 삼천리)을 만났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배, 수도작 등 농사짓는 모습을 보고 자라왔던 터라 자연스럽게 커서도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이승재 회원은 농업계고등학교에 진학해 교내 실습장 중 꽃 농장에서 분재를 배우며 화훼농에 대한 꿈을 갖기 시작해 1997년 한국농업전문대학(현 한국농업대학) 화훼과 1기로 진학해 2000년에 졸업했다. 졸업 후 3000여㎡에 카라, 대국을 키우며 작년까지 화훼에 전력을 쏟았다. 하지만 소득창출이 잘 이뤄지지 않아 고심하던 중 지역 농협에서 파프리카 재배 사업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사업에 응모, 새로운 분야로 변화를 꽤하고 있다.

토마토·파프리카로 변화 모색

작년 12월 말에 5000여㎡의 현대식 하우스를 완공한 이 회원은 현재 1만7000주의 토마토 모종을 정식해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다. 파프리카 농사는 7월 말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이지만 그 기간을 활용해 소득을 창출하려는 것이다. 이 회원이 기르고 있는 토마토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슈퍼도태랑으로 모종을 들여와 2월 말에 정식해 지금은 조금씩 토마토가 영글어가고 있는 상태다.
파프리카 재배에 맞춰 하우스 시설을 했기 때문에 유인효과를 높이기 위해 유인줄 높이가 4m가 될 수 있도록 하우스의 높이를 높여 토마토를 10단까지 수확할 수 있도록 했으며, 토마토 수확이 용이하도록 고랑마다 레일을 설치했다. 또한 온도조절 등 하우스 관리의 전반적인 것들이 완전 자동화되어 있으며, 기름값을 절감하기 위해 400Kw 전기보일러를 설치해 기름보일러를 사용할 때보다 최대 500만원까지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다른 농사도 그렇겠지만 수정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인데 토마토톤과 성장촉진제인 지배린을 섞어 토마토에 뿌려주는 방법과 수정전용 벌을 이용해 토마토 착과를 시키고 있습니다.”
하우스를 돌아보다보니 정말 벌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1통에 50~80마리가 들어있는 수정전용 벌 5통을 사서 하우스에 풀어놨다고 한다. 1통 분량의 벌이 약 1000㎡을 돌아다니며 수정시키는 셈. 토마토 줄기가 2단까지 올라와 있는 지금의 상태에서 1단까지는 약을 쳤지만 2단부터는 지속적으로 벌을 이용해서만 착과시킬 계획이다.
이 회원은 이렇게 재배한 토마토가 10kg 단위 상자로 1만 상자 정도 수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토마토는 농협을 통해 판매하고, 나머지는 친동생과 함께 옥션 등을 통해 인터넷 주문 판매를 할 예정이다. “한 상자에 1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거래될 것이 예상되는데, 사실 그렇게 좋은 시세는 아니지만 화훼를 했을 때보다는 상황이 좋은 편”이라며 새로운 시도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4-H통해 후배들 성장했으면

모친 한은자씨, 부인 김영미씨와 함께 한 이승재 회원(왼쪽부터).

7월 말부터 본격적인 파프리카 재배가 시작되는데, 파프리카는 토마토와 달리 1년이 작기이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하고 농사짓는다면 순수익만 1억에서 1억5000만원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프리카는 전량 농협을 통해 판매되고 나중에는 재배규모를 늘려 국내 시장 및 일본에 수출할 계획이다.
이 회원이 4-H를 접하게 된 것은 한국농업대학을 졸업 한 2000년 농업기술센터를 통해서다. 학교를 다닐 때도 4-H동아리가 있긴 했지만 그 활동을 잘 알지 못했었다고.
“하지만 4-H활동을 시작하면서 농사를 짓는 또래 청년들과 만나 정보교류도 하고 우정도 돈독히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청년들뿐만 아니라 농업기술센터 선생님들과도 관계의 폭을 넓힐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죠. 지금도 회원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4-H활동에 많은 것이 있지만 그 가운데 제주도에서 가졌던 중앙야영대회에서 학생회원들과 함께 한라산에 오르며 서로의 땀을 닦아 줬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이 회원은 “농사를 짓는 후배들이 자신의 일에만 전념하고 4-H에는 전혀 관심 없는 것이 안타깝다”며 공동체를 통해 자기계발을 이루는 사람이 돼달라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실패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딛고 일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이승재 회원. 특히 농업이 어려운 이 시기에 이 회원의 도전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오상록 기자·evergreen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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