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5 격주간 제696호>
<영농현장> 섬 마을에 무르익는 젊은 영농인의 꿈

김 경 준 직전회장  (인천광역시 옹진군4-H연합회)

봄이 한창 무르익고 있는 영흥도 들판. 비닐하우스에서 파랗게 올라오는 고추 묘를 가꾸면서 성공한 영농인의 꿈도 함께 키우고 있는 김경준(27·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외1리) 회원을 만났다.
지금 김 회원은 330여㎡의 하우스 2동에서 고추 묘를 가꾸고 있다. 손가락크기만큼 자란 예쁘고 귀여운 고추 싹들은 한 달 뒤인 4월 중순에 하우스와 노지에 옮겨 심는다. 또 그로부터 3개월 뒤인 7월 중순부터 빨갛게 익어 고춧가루로 소비자들을 찾는다.
김 회원은 13동의 하우스 4300여㎡에서 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고추들은 전량 김 회원의 고춧가루공장에서 세척, 건조, 분쇄, 포장 과정을 거쳐 영흥영농조합법인 이름을 달고 소비자들의 밥상에 오른다. 고춧가루 공장은 건조기 6대와 세척기, 고춧가루기계, 포장기 등 자동화시설을 갖추고 있다. 고춧가루로 얻는 소득은 연 6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재배 전량 고춧가루 생산 판매

이 고추밭과 고춧가루공장 건너편에는 현대식 시설로 지어진 돈사가 눈에 띈다. 김 회원이 부친(김봉선·58)을 도와 경영하고 있는 돼지농장으로, 현재 모돈 60두와 육성돈 200두를 기르고 있다. 이 돈사에서 나오는 배설물은 모두 퇴비로 만들어져 김 회원의 고추밭과 인근 농가에 보급되고 있다. 여기서 얻는 수익은 연 5000만 원 정도로 고추농사까지 포함해 연 1억1천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김 회원은 이곳에서 태어나 영흥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천에 있는 만수북중학교로 진학했다. 당시는 이 영흥도에 다리가 놓여있지 않아 섬마을에서 육지로 유학을 간 셈이다. 운산기계공고를 졸업하고서 진로문제로 고민하던 중 부친의 뜻에 따라 2001년 한국농업대학 특수작물학과에 입학했다. 영흥도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도시지역에서 중고교를 다녔지만 늘 고향에 대한 향수와 농업에 대한 애착이 컸기 때문이다.
2004년 대학졸업 후 그동안 품어왔던 영농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추농사를 시작해 지금의 규모로 키워냈다. 그래서 고추농장은 김 회원 소유이고, 돈사는 아버님의 소유라고 멋쩍게 웃으며 말한다. 부친은 오랫동안 이곳에서 돼지를 키우며 영농의 기반을 다져왔으며, 지금은 영흥면 농촌지도자회장을 맡고 있다. 모친도 생활개선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남편과 아들의 영농일을 앞장서 거드는 등 화목한 영농가족이다.

친구들도 부러워하는 농업인

<심재향 지도사와 모친 이성수 씨와 함께 고춧가루공장에서>

김 회원은 영농의 길을 걷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영흥도에는 김 회원처럼 농사를 짓는 젊은이가 없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인천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오히려 김 회원을 부러워한다. 이처럼 이제는 농업도 어엿한 전문인이고 사업으로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농업을 평생직업으로 선택한 일은 잘한 것 같다”고 말하는 그는 “더욱이 농업은 우리 국민의 먹거리와 건강을 책임지는 일인만큼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 회원이 4-H를 시작한 것은 농업대학을 졸업하고 산업기능요원으로 농사일에 뛰어들면서부터였다. 그러나 김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옹진군에는 영농회원이 5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모두 각 섬지역에 떨어져 있지만 서로 4-H이념으로 영농정보와 우정을 나누고 의지하면서 지내고 있다. 또 13개 학교 280여명의 학생회원들의 선배로서 각종 4-H행사시 도움을 주고 있다.
김 회원의 앞으로 계획은 친환경농업과 체험농장 운영이다.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농업현실에서 그 길만이 대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영흥대교가 생기면서 이 지역이 고립된 섬이 아니라 육지가 되었다. 인천에서 채 1시간도 안 되는 거리로 많은 관광객들 때문에 주말이면 교통혼잡을 빚을 정도라고 한다.
“우리 섬의 지리적 여건을 충분히 활용하면 체험농장은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하는 김 회원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마을이 모두 잘 살고 풍요로운 고장으로 만들겠다”고 결심을 밝힌다. 이러한 김 회원의 의지를 보면서 머지않아 그 꿈이 이 서해바다 섬마을에 이뤄질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조두현 부장 dhcho@4-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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