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성 영 회장 (강원 화천군4-H연합회)
겨울철 산천어축제로 유명한 강원도 화천군, 더욱이 북한과 인접하여 군사지역으로도 잘 알려진 그 곳에 대농의 푸른 꿈을 품고 사는 견실한 청년농업인이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지역4-H회와 영농발전을 위해 화천군4-H연합회장을 3년째 역임하고 있는 김성영 회장(27·화천군 간동면 용호리)이다.
경기도 청평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줄곧 유년 시절을 보낸 김 회장은 “10여년 전 IMF 위기 당시 횟집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어쩔 수 없이 가족 모두 이곳으로 이주하게 되었다”는 설명으로 화천에서 살게 된 이유를 말한다.
한농대 학습과정 영농의 큰 자산
졸지에 무일푼의 신세로 전락하여 낯선 땅 화천에 살게 된 김 회장 가족은 할아버지께서 축산업에 종사하셨던 연유로 한우 1마리를 시작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다.
“축산업의 축자도 모르던 청소년기, 실의에 빠진 가운데에서도 식솔들을 위해 애쓰시는 아버지(김영환씨)와 함께 축산업이 천직이라는 소명을 가지게 되었다”고 얘기하는 김 회장.
강원지역의 우수 학교4-H회로 소문이 자자한 화천 간동고등학교를 2000년에 졸업한 김 회장은 “더 많은 축산업지식과 현장경험을 습득하고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국농업대학으로 진로를 결정했다”고 당차게 말을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도시로 하나 둘씩 빠져나가는 친구들의 유혹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을 이루겠다는 일념 하나로 농촌을 지키고 있는 김 회장. 여러 가지 농축산물을 함께 경영하는 여타 회원과는 달리 오로지 육계 하나에만 매달리고 있단다.
“재작년까지는 육우 30두와 육계 2만5000수를 함께 사육했는데요, 작년부터 찾아 온 경제 불황의 여파로 육우 30두 모두를 처분할 수밖에 없는 쓰라린 아픔을 맛보기도 했죠”라며 착잡한 속내를 드러낸다.
김성영 회장의 주업종은 화천군 시범종목인‘유황육계’이다.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와 함께 현재 축사 4동을 운영, 2만5000수를 사육하고 있으며, 전량 군부대에 납품하고 있다. 연 6억3000만원의 매출과 순익 1억원을 올리고 있으며, 올 하반기까지 5만수로 확대, 축사도 2동을 추가 조성하여 순익을 2억3000만원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란다.
이와 같이 육계사육에 관해 야심찬 계획을 밝히는 이유는 한국농업대학 재학시절에 축산학을 전공하면서 익힌 농축산물의 첨단사육법과 선진유통 경영기법의 학습이 단초의 역할을 했다고.
한국농업대학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2학년 때 현장실습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자재구매, 생산, 판매 및 유통 등 축산 전반에 걸친 지식을 습득하고 기술을 숙련했던 것들이 농축산의 불모지인 화천에서 영농을 할 수 있게 해줬다는 김 회장. 특히 지역특성을 고려하여 군납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사업신청서를 제출하고 출자 및 계획 이행여부 등의 깐깐한 심사과정을 거치면서 대학시절 배웠던 학습과정들이 고스란히 지적자산으로 남아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지역 정착의 동아줄 4-H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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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H과제포 운영으로 생산한 고구마를 판매해 관내 어려운 노인들을 찾아 생필품을 전달하는 김성영 회장.> |
김성영 회장의 열성은 4-H활동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4-H과제포 활동을 통해 고구마 밭을 일구어 판매한 수익금으로 관내‘원광보은의 집’을 찾아 불우한 어르신들을 위해 생활필수품을 기증하고 식사를 도와주는 등 지역봉사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점점 영농회원의 수가 줄어드는 현 상황을 이겨내는 아이디어가 절실합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영농에 종사하고 있지 않는 지역의 청년층을 4-H회원으로 끌어 들일 수 있는 유익하고 실용적인 교육과 행사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합니다”라고 4-H활동의 거시적인 로드맵을 내놓는다. 덧붙여 “지역의 지도기관이나 본부(후원회)에 의존적인 회원들의 자세가 안타깝다”며, “회원들이 보조사업 및 지원금에만 집착하지 말고 연합회원 스스로의 자부담으로 자체사업을 할 수 있는 자립심이 절실하다”고 얘기한다.
“제게 있어 4-H는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그는 “아직도 4-H의 숭고한 이념 및 역사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단계이지만 같은 품목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유익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며 지역에서 젊은이들끼리 친목을 다질 수도 있어 한적한 농촌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4-H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몇 해 전 축사 2동이 화재로 불타버린 일로 인해 재정적인 손실은 둘째 치고, 뇌졸중으로 건강이 악화된 아버지 김영환씨를 바라보며 영농에 더욱 정진해야겠다는 다짐을 아침마다 되뇌인다는 효자 김성영 회장.
명석한 두뇌, 따뜻한 마음, 봉사하는 손으로 밝은 지역공동체 건설에 앞장서 나아가는 김 회장의 살아있는 눈동자를 보며 화천군 4-H회와 농업 발전의 푸른 미래를 내다 볼 수 있었다.
〈정호주 기자·skyzoo74@4-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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