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5 격주간 제694호>
<영농현장> “4-H로 배운 정직·믿음이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밑거름”

심 현 섭 회장  (전라남도4-H연합회)

농사짓는 사람에게 겨울철은 어떻게 준비하고 보내느냐에 따라 이듬해 울고 웃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이다. 풍성한 수확을 거둘 준비가 잘 되었다면 남들보다 따뜻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복합영농을 하는 농민은 더욱 그러하기에 전라남도4-H연합회 심현섭 회장(29·곡성군 겸면 칠봉리)의 하루는 일 년 열두 달 부지런함의 연속이다.

실내공기정화 탁월한 율마·관음죽 재배

주로 수도작에 전념하고 있는 심 회장이 농한기인 요즘도 바쁜 까닭은 관엽식물을 재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 옆에 자리 잡은 비닐하우스 6동에는 율마와 관음죽이 싱그러움을 더해가고 있다. 밤에도 산소를 배출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음이온을 방출해 공기정화식물로 산세베리아가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공기정화능력 면에서는 율마도 이에 못지않다고 심 회장은 들려주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머리를 맑게 하고, 아토피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신축건물에도 많이 사용된다. 특히 양쪽으로 뾰족하게 뻗어 있는 잎은 실제로 만져보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싱그러운 향기가 묻어난다.
재배하는 방법은 까다로워 물을 주는 시기와 양을 적당히 조절해야 하는데, 한번 줄 때 흠뻑 주고, 마르면 다시 주어야 한다. 이렇게 생산된 율마와 관음죽은 지역영농법인인 ‘솔밭 화훼유통’을 통해 전국으로 출하된다.

고품질 친환경 무농약쌀 생산

원래 심 회장의 주작목은 수도작이다. 논 19만8000㎡ 중에서 13만2000㎡이 친환경 우렁이농법으로 재배된다. 제초제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친환경농자재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판매가격 면에서도 수익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총 생산량의 약 40%는 중간도매상과의 약정수매계약으로 시중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출하되고, 나머지는 직거래를 통해 작게는 1㎏부터 20㎏ 단위로 소포장 판매된다. ‘믿음농산 하늘아래쌀’ 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전국의 입맛 까다로운 소비자의 곁으로 다가간다.
벼 육묘가 시작되는 시기가 되면 심 회장의 일손도 가장 바빠진다. 볍씨를 파종하는 4월말부터 판매가 시작되는 6월까지가 이 때에 해당한다. 육묘장에 자동화설비가 갖춰져 있어 차광, 온도조절, 살수장치 등이 자동적으로 제어된다. 그렇다 해도 연간 66만㎡를 이앙할 수 있는 묘판을 재배하다 보니 한시라도 손을 놓을 수가 없다.
기본에 충실한 농민이 되고 싶다는 심 회장. “농민의 기본은 고객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흙이 좋고 시골이 좋아 농사를 꿈꾼 제가 처음에 지녔던 농부의 초심을 잃지 않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장주가 되는 게 꿈입니다.”
본격적으로 농업에 종사한 뒤로는 초창기 때 영농기술이 부족해 하루에 3시간 자면서 일하기도 수없이 되풀이했다. 차츰 새로운 농기계를 도입하고 기술을 습득하면서 규모화, 기계화를 시도한 끝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기계에만 의존하는데 안주했더라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었을 것입니다. 농사는 사람 손이 닿아야만 하는 부분이 있는데, 저는 그 부분만큼은 땀 흘려 제 손으로 일구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심 회장은 주위 어른들로부터 부지런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비결을 거기서 찾았다.

명절 귀성객맞이 행사로 4-H 알려

김종혁 곡성군연합회 회원(왼쪽)과 권용훈 곡성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오른쪽)와 함께.
곡성실업고등학교와 한국농업대학 식량작물학과를 졸업한 심 회장의 4-H활동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되었다. 일찍이 농업에 뜻을 둔 그는 생활터전인 농촌을 가까이 접하면서 활동할 수 있는 4-H회에 가입했다. 지·덕·노·체 4-H이념을 익히고,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농촌사랑, 자연사랑 정신을 몸소 실천했다. 올해 도연합회장으로 선출되어 야영교육을 지역민과 함께 하는 문화행사로 승화시키고, 홍보활동을 강화해 4-H를 알리는데 주력할 포부도 밝혔다.
4-H활동을 하는 동안 ‘믿음’을 배웠다고 말하는 심 회장. “제가 4-H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거둔 제일 큰 수확은 믿음을 배운 것입니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봉사하는 마음의 깊은 뿌리에는 결국 믿음이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곡성군4-H연합회원들은 명절이면 어김없이 곡성역이나 터미널로 귀성객들을 맞이하러 나간다. 매년 과제포 운영으로 조성한 수익금을 활용해 설과 추석에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에게 인절미와 따뜻한 차를 대접하고, 떡메치기를 하며 고향의 정을 느끼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행사가 벌써 7년째 접어든다. 처음엔 사비를 들여 조그맣게 시작한 사업이 작년 추석에는 도지사가 방문할 만큼 여러 곳에서 관심이 많아졌다. 이런 심현섭 회장의 부지런함과 봉사정신이 다른 회원들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동욱 기자·just11@4-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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