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15 격주간 제692호>
<학교4-H 탐방> 도시지역 학생들 마음밭을 기름지게 가꾸는 4-H회

인천광역시 서운중학교

인천광역시 서운중학교(교장 유병철) 교정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20㎡정도 되는 작은 농심포(農心圃)와 이 농심포를 지키는 허수아비이다. 비록 손바닥만 한 논이지만 봄에 모내기를 하고 여름에 정성껏 길러 가을에는 추수를 한다. 또 겨울에는 보리나 밀을 재배하는 등 2모작을 하는 어엿한 소중한 농토다.

공동 실천과제로 4-H이념 깨달아

이 농심포는 서운중4-H회(지도교사 박동필·정상모, 학생회장 문윤호)가 가꾸는 것으로 대도시 지역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 농사체험을 하면서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현재 서운중4-H회는 62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지·덕·노·체 4-H이념을 바탕으로 우리 자연과 농촌을 알아가고 작은 고사리 손으로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6년도에 박동필 지도교사와 이원호 지도교사(현재 농허대중 교감)가 4-H회를 설립해 이제 2년밖에 되지 않았으나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동아리로 자리매김했다.
이 학교4-H회의 가장 큰 특징은 공동과제 실천과제를 설정하고 이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먼저 지(知) 실천과제로 식물을 직접 기르고 가꾸면서 그 명칭과 재배법을 알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작물로 야생화와 국화, 벼와 밀을 가꾸고 있다. 덕(德)을 기르기 위한 실천과제로 식물 재배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자연환경의 중요성과 환경정화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다. 또 노(勞) 실천과제로 학교내부뿐만 아니라 인근 놀이공원, 계양산, 체육공원 등의 쓰레기를 줍는 등 환경미화를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 체(體) 실천과제로는 단체수련활동과 현장체험활동으로 신체적 건강을 기르기 위해 등반 및 체육활동을 하며 회원들의 단합과 우정을 기르고 있다.

교내에 마련된 농심포에서 벼와 밀을 2모작으로 재배하고 있다. 지난 가을 벼를 수확하는 장면. 4-H회에서 만들어 관리하고 있는 예뜨란의 작은 호수. 수십종의 수생식물과 물고기가 살고 있다.

농심함양, 봉사·단합 힘써

이러한 이들의 지난 1년간 주요 활동을 간단히 살펴보면 먼저 3월에 학교주변 환경정화활동을 펼쳤고 4월에는 농심포에 모내기를 했다. 5월에는 계양산 등반을 통해 자연보호의 소중함을 깨닫고 또 모판에 대국을 심었다. 6월에는 잘 익은 밀을 수확하고, 다 자란 대국을 화분에 옮겨 심었다. 이런 활동 중에도 매월 마지막 주에는 교내와 굴포천, 서운체육공원 등의 환경정화에 나섰으며, 10월에는 회원 단합을 위한 축구대회를 가졌고, 누렇게 익은 벼를 수확하는 기쁨을 누렸다. 11월에는 모판을 잘 일구고 내년을 기약하며 다시 밀을 파종했다.
지난 2007년에 조성해서 관리하고 있는 수생식물원도 서운중4-H회의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다. 학생들의 휴식공간인 예뜨란에 설치돼 있어 ‘예뜨란의 작은 호수’로 불리는 이 수생식물원에는 수십 가지 수생식물과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학교 내의 각종 나무와 꽃들에는 표찰을 붙여 학습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4-H회원들이 관리하고 있다.
“4-H회는 다른 청소년단체와 달리 회원들이 하고 싶은 활동에 스스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정상모 지도교사는 “특히 농심포 경작 등 도시지역에서 해보기 힘든 활동을 하며 회원들이 신기해하면서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말한다. 회원들은 자기가 직접 심거나 기르는 식물들이 자라고 꽃 피우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놀라기도 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국화화분에는 회원들의 이름을 붙여놓고 관리하고 있는데, 자율적으로 조를 편성해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있다. 이런 4-H활동을 하면서 혹 문제아로 여겨졌던 학생들도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고 한다.

적극적·자율적으로 4-H에 참여

3학년 김승아 회원은 “봄에 땅을 파고 교장선생님과 직접 나무도 심어보고 야생화들을 옮겨심기도 했으며 회원들이 분담하여 물을 주는 등 4-H활동을 하면서 책임감도 강해졌고 내가 가꾼 꽃나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며 무척 뿌듯했다”고 했다. 김 회원은 또 “계양산 환경정화활동을 갔을 때 곳곳에 널려있는 쓰레기, 아무렇게나 버려진 각종 병과 캔 등을 보고 정말 안타까웠다”면서 “산을 청소하면서 우리 산림을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운중4-H회원들은 4-H활동을 통해 농심을 이해하고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는 한편 단체생활에 있어 예의와 자신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기르고 있다. 또한  4-H활동으로 학습에도 시너지효과를 얻고 있으며 선생님, 친구들과도 가깝게 지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방학을 이용한 농촌체험활동을 직접 해보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라며 내년에는 직접 농촌을 찾아가는 활동을 기대하기도 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는 정상모 지도교사는 “4-H활동을 통해 회원들의 가슴에 보람을 심어준 게 기쁘다”며 “앞으로 다른 학교에가서도 4-H활동만큼은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조두현 부장〉

화분에 국화를 심고 있는 4-H회원들. 국화 화분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놓고 직접 관리한다. 계양산을 등반하며 쓰레기줍기 봉사활동을 했다. 우리 산림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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