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01 격주간 제689호>
<지도자탐방> 우리 축산업의 미래를 밝히는 열쇠 ‘4-H정신’

<70두의 한우를 키우며 미국산 쇠고기에 맞서 한우의 뛰어난 품질을 전하고 있는 박승주 지도자.>
박 승 주 지도자 (전남 보성군4-H연맹)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이 멋들어진 고장 전남 보성에서 농업의 희망을 일구는 젊은 4-H지도자를 만났다. 몇 번에 걸친 사업 실패에도 꿋꿋이 일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을 4-H에서 발견하는 박승주 지도자(37·겸백면 용산리)의 말에서 4-H에 대한 짙은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한우 재판매 통해 고수익 창출

농장 입구에 ‘현아축산’이라는 간판을 걸고 한우를 사육하는 박 지도자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소를 사다가 체계적인 사육관리를 통해 시장에 재판매하고 있다.
“처음에는 일반적으로 남들이 하듯이 송아지를 사다가 3년 정도 잘 키워서 출하하고, 이 수익금으로 다시 송아지를 사서 판매하기를 반복했죠. 이렇게 하니 시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사료값 채워 넣기에 바빠 목돈이 되지 않더군요. 그래서 재판매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겁니다.”
일이 고된 대신 전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덕분에 사육두수가 점차 늘기 시작해 현재는 그 수가 70두에 이른다. 이 수익금은 고급육을 만드는데 재투자하고 있다.
박 지도자는 처음부터 한우를 사육한 것은 아니었다. 염소, 개를 키우다가 몇 번의 실패를 맛보고 선배의 권유로 한우 사육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때마침 농업기술센터에서 영농후계자 자금 3000만원을 지원받아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올 4월부터 사료값이 조금씩 오르더니 천정부지로 치솟아 축산농가들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하는 박 지도자는 이러한 사료값 인상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대로 산지 소가격은 40%나 떨어져 농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라고. 식품 안정성과 우수한 맛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쇠고기에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지는 한우가 소비자 곁으로 보다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는 소비자 호주머니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도록 공급가를 낮추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그는 강조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한우 사육농장과 정육점 및 식당 간 직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부터는 서울을 비롯해 대도시 지역 식육식당과의 직거래를 통해 판로 다변화를 꾀할 구상도 이미 세워 놓았다.
“농업인은 소비자가 믿고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먹을거리를 공급해야 한다”고 말하는 박 지도자는 축산 이력추적제를 통해 이를 실천할 계획이다. 생산자의 인적사항과 축산물에 관한 상세한 이력이 기록된 안내판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고 구매함으로써 신뢰를 쌓고, 적정한 한우가격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동물도 사람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소도 감정이 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주인이 얼마나 정을 주는지를 감각적으로 느끼거든요.” 소를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주인이 사육장에 들어가 돌보는 횟수와 비례한다고 그는 믿는다.

4-H가 심어준 올바른 습관과 긍정의 힘

박 지도자는 보성실업고등학교(당시 보성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보성군4-H연합회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몇 년 동안 선배들한테서 배운 4-H이념과 철학을 평회원으로서 후배들에게 가르쳐주는데 몰두했다. 2001년도에는 보성군4-H연합회장을 맡아 야영교육과 경진대회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박 지도자는 학생4-H회원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경진대회와 야영교육이 있을 때면 후배들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지원하며 후배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군 야영교육 때 만난 지금의 아내는 4-H가 맺어준 인연이기도 하다. 순수한 첫 인상에 매력을 느껴 결혼에 이르게 됐다는 그는 3남매를 두고 있는데, 농장이름도 딸 이름을 본 따 ‘현아축산’이라고 지을 정도로 막내딸 사랑이 각별하다.
‘좋은 것을 더욱 좋게’를 가슴 속에 새기고 4-H활동을 하고 있다는 박승주 지도자는 어떤 일을 하건 계획부터 실행,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항상 계획적인 습관과 긍정적인 생각이 몸에 배었다고 한다. 그런 올바른 습관과 긍정적 마인드가 성공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는 우리 축산업과 박 지도자의 미래를 밝히는 열쇠가 아닐까. 〈정동욱 기자 just11@4-h.or.kr〉

<박 지도자(오른쪽)와 임용민 한국4-H중앙연합회 직전회장(왼쪽).> <박 지도자는 4-H활동을 하며 최정란씨를 만나 아름다운 가정을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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