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진 규 전부회장 (경기도4-H연합회)
농업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1차 산업이다. 그러나 농업을 2차 산업과 3차 산업으로 연결시켜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는 경기도 양주시 한진규 전 경기도4-H연합회 부회장(32세)을 만났다.
한 전부회장은 ‘양주골 부추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농장에서 부추를 생산해 공장에서 부추가루와 부추국수, 부추만두를 생산하고, 식당에서 부추를 이용한 음식을 직접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양주골 부추마을’은 농산물 생산에서부터 가공과 판매를 통해 수익을 높이고 있다.
부추국수·만두 등 관련식품 개발
|
<생산한 국수와 만두로 운영하는 식당 전경.> |
그가 부추가루를 생산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 2004년도에 만두파동을 겪으면서였다. 만두에는 부추가 80% 이상 들어가는데 만두파동으로 부추 수요가 크게 줄어들어 부추 값이 폭락하게 된 것이다. 또 농산물에는 품질이 좋은 상품과 다소 질이 떨어지는 하품이 있게 마련으로, 상품은 좋은 가격으로 팔 수 있지만 하품은 제값을 받지 못하거나 버릴 수밖에 없다. 이 하품을 처리할 방법도 필요했다. 이와 함께 농산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저장 및 보관이다. 농산물은 아무리 저장을 잘한다 하더라도 1주일을 넘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추를 말려서 가루를 생산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생산한 부추가루를 홍보하고 판매하는 일 또한 쉬운 게 아니었다. 우선 부추의 효능과 양주골 부추의 우수성을 홍보해야 했다. 그래서 결국 식당을 차리고 부추국수, 부추만두를 비롯해 부추삼겹살 등 관련음식을 개발해 판매하게 됐다. 현재 한 전부회장은 부추가루뿐만 아니라 호박·파프리카·버섯·생강 등 다양한 농산물을 가루로 만들고 있다. 자신이 생산하는 부추뿐만 아니라 지역의 생산 농산물을 가루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한 전부회장이 농업에 뜻을 둔 건 고등학교 2학년 때. 이 지역에서는 할머니시대부터 텃밭에 부추를 심어 가꾸었는데 품질이 우수해 지역특산품이 됐다. 이에 한 전부회장의 부친인 한광희 씨(54세)가 대량생산에 나서게 됐고, 부친의 뜻에 따라 한 전부회장이 가업을 잇기로 결심했다. 그는 안성산업대(현재 한경대)에 입학해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오자 마침 한국농업대학이 개교해 이 대학 채소과에 다시 들어가 전문농업인의 길을 걷게 됐다.
한 전부회장에게는 하루 24시간이 너무나 짧다. ‘양주골 부추마을’ 식당에서 기자와 만난 25일에도 새벽 3시에 일어났다고 했다. 공장에 들러 건조품들의 건조 상태를 확인하고 분쇄한 다음, 납품할 물건들을 챙겨 거래처를 돌고 나면 어느새 10시. 다시 농장으로 가 일하고 시장에 들러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고 들어오면 저녁 9시라고. 이렇게 해서 현재 연 5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요즘은 유류 값이 오르고 덩달아 상승한 원재료 값으로 생산비가 증가해 이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 전부회장의 꿈은 40대가 되는 8년 후에 공장 규모를 직원 50명 이상의 중소기업으로 키우고, 10년 후에는 비암리에 있는 6만6000㎡의 임야에 부추마을을 조성하는 것. 입구에 들어서면 푸른 부추농장이 한눈에 들어오고 현대식으로 갖추어진 가공공장을 견학하며, 식사와 숙박이 가능한 가족레저타운을 조성하는 것이다.
한 전부회장은 “4-H는 제 인생에서 첫발을 내딛어 처음 정복한 작은 산이었다”고 말한다. 4-H에서 인생의 진로를 발견했고 지금까지 4-H이념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 살아오고 있다는 것. 그는 지난 2003년에 양주시연합회장, 2004년에 경기도연합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부추마을 가족레저타운 조성이 꿈
“젊은 농업인들이 뭉칠 수 있는 곳은 4-H밖에 없다”는 그는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과는 얘기가 통할 수 없고 4-H를 통해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는 또 “4-H라는 산에 올라보니 그 너머를 바라보고, 그 너머에 있는 산도 넘을 수 있는 힘을 얻었다”면서 후배들에게 “4-H연합회장을 꼭 해봐야 4-H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어린 나이에 한 단체의 장을 맡아 경험을 쌓은 것이 자신의 밑바탕이 돼 더 큰 일도 계획하고 성취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부회장은 지난해 열린 서울국제음식산업박람회에 참석한 것을 비롯해 각종 행사에서 부추음식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6일과 27일에 열린 경기도4-H경진대회의 먹거리장터에서도 부추국수와 부추만두로 인기를 끌었고, 오는 2일부터 5일까지 열리는 양주세계민속극축제에도 참가하며, 11월말까지 전국을 다니면서 ‘양주골 부추마을’을 소개할 계획이다.
〈조두현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