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 기 회원 (경남 하동군4-H연합회)
훤칠한 키에 떡 벌어진 어깨, 거기에 훈훈한 외모까지 요즘 TV에서 말하는 ‘훈남’에 못지않은 이현기 회원(29세·하동군 청암면 평촌리)은 작은 축사 4동(1980㎡)과 신축한 축사 1동(3300㎡)에서 200여 두의 한우를 혼자서 키우며 순수익만 1억4000만원을 올리고 있다.
어려서부터 부친의 모습을 보며 축산업의 꿈을 키워온 이 회원은 고등학교 졸업 후 농민후계자로 선정돼 젊음을 축산업에 고스란히 바쳤다. 특히 부친과 함께 축산업을 해온 경험에 새로운 축산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전주산업대 동물생명과학과에 진학했고, 대학교 4학년 재학할 당시 한국마사회에서 장학생으로 선발됐을 정도로 자기 분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총 5280㎡ 축사에서 한우 200여두 길러
현재 일관사육의 형태로 한우를 키우고 있는 이 회원은 수정 외에 소에 관한 모든 것은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자가수정을 할 경우 수정액 관리가 잘 돼야하는데 일이 바쁘다 보니 관리가 어렵다는 것. 축사를 신축하기 전에는 100두 정도 키우면서 1년에 30두 정도를 출하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축사 신축 후 70두의 송아지를 들여오고, 자가생산한 송아지까지 더해 200두가 된 현재에는 한해 60두 가량을 출하할 수 있게 됐다.
사료는 하동군 인근에 있는 전남 광양시에 농기계를 직접 몰고 가서 수거한 볏짚을 이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사료를 주문해서 사용했으나 직접 볏짚을 수거하면서부터 5000만원의 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좋은 소를 키우기 위해서는 주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세세히 신경 쓸 때 좋은 등급의 소를 출하할 수 있습니다.”
이 회원은 좋은 소를 키워내기 위해 종자개량과 사양관리에 집중적으로 신경 쓰고 있다. 송아지가 커서 출하됐을 때 등급이 높은 것은 지속적으로 관리해주고, 등급이 낮은 것은 송아지와 어미 소를 도축해 종자개량을 해주고 있다. 특히 소 한 마리 한 마리에 대해서 수정날짜부터 송아지가 태어난 날짜 등 모든 정보를 축적해둠으로써 소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렇게 관리한 결과 도태율이 1년에 1~2마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이 뿐만 아니라 축사 바닥에 톱밥을 깔아 청결한 상태를 유지해주고, 개폐식 천장을 사용해 햇빛이 항상 축사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 축사를 건조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비바람이나 추운 날씨를 대비한 천을 축사에 설치해 소의 건강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이 외에도 수질 관리, 먹이 주는 시간 등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이렇게 정성들여 소를 키운 결과 현재 1등급 출연율이 85%나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회원이 이처럼 대규모 축산업을 이루기까지는 큰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지난해 7월 대규모 축산을 위한 축사 신축을 결심하고, 부친과 이 회원 단 둘이서 축사 골조 공사를 하던 중 부친이 낙상사고로 돌아가셨다. 이런 큰 사고를 겪게 되면 농사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을 법 한데 “더 열심히 해서 성공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지금까지 이뤄 오신 것을 욕되게 할 수 없었습니다. 때때로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젊음과 성실함으로 이겨나가고 있습니다.”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이 회원의 모습에서 진정한 농사꾼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회원의 축사 주변에는 벼농사를 짓는 농가들이 많은데, 아픔을 딛고 성실히 일하고, 마을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을 주민들이 이 회원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있다고 한다. 나중에 축사의 규모가 더 커지게 돼 축사단지를 조성할 땅이 필요하게 될 경우 자신들의 논을 아낌없이 내어주시겠다고 하니 이 회원을 향한 주변 농가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4-H활동하며 세상 보는 시야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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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농업기술원 강효용 계장과 이현기 회원(왼쪽부터). |
중학교 시절부터 4-H야영교육을 따라다니며 4-H를 접하기 시작했던 이 회원은 농촌에 정착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농민후계자로 선정되면서부터 본격적인 4-H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 하동군연합회 총무, 2007년 하동군연합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연합회 활동에도 모범을 보였다.
“4-H활동을 하면서 선진지 견학, 야영교육 등 단체활동을 통해 인적네트워크를 맺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힐 수 있기 때문에 4-H는 저에겐 꼭 필요한 활동입니다.”라고 말하는 이 회원.
경상남도농업기술원 강효용 계장은 “이현기 회원은 경남 농업의 숨은 일꾼으로 영농에 대한 강한 애착심을 가지고 축산업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발휘하는 친구”라며 “이런 회원들이 지역농촌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일반 경매로 한우를 출하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직접 판매, 유통을 하면서 소비자에게 싼 값으로 좋은 육질의 쇠고기를 제공할 수 있는 식당뿐만 아니라 주변 관광단지를 이용한 펜션까지 지어보고 싶다는 이 회원의 포부가 이뤄질 그 날이 속히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오상록 기자·evergreen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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