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15 격주간 제684호>
<학교4-H 탐방> 회색 건물 사이로 피어나는 네잎클로버의 향기

서울 고명정보산업고등학교

교내 곳곳에서 피어나는 수 십여 가지의 야생화가 회색 콘크리트 교정을 어루만지고 있는 서울 고명정보산업고등학교(교장 송노익·서울특별시 성북구 돈암동).
숨이 턱턱 막히는 도시생활에 산소호흡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35명의 수호천사가 있어 한걸음에 달려갔다.
1985년 5월 창립되어 23년째 활동하고 있는 고명정보산업고등학교4-H회(회장 권하용·지도교사 유동호, 류미향)는 교내에서 뿐만 아니라 서울지역 내에서도 활동이 가장 활발한 동아리 중의 하나로 유명하다.
이와 같이 역사 깊고 모범적인 고명정산고4-H회는 명칭부터가 독특하다. 창립년도부터‘깨아4-H회’라는 명칭을 줄곧 고수하고 있는데, ‘깨아’란 깨끗하고 아름다운 학교 만들기의 준말이라고 유동호 지도교사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개인과제로서 지·덕·노·체의 4-H 이념을 함양하고, 학교과제로서 ‘깨아운동’을 전개하여 ‘깨끗하고 아름다운 학교 만들기’를 꾀하고 있으며, 나아가 사회과제로서 ‘더아행운동’, 즉 ‘더불어 사는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 만들기’실현이 활동목표”라고 곁에 있던 류미향 지도교사는 거든다.
이 학교4-H회는‘깨아’라는 명칭에서 보듯이 어느 학교4-H회보다 지향하는 목표가 뚜렷하고 활동 영역이 잘 구성되어 있다.
회원들은 우선‘깨끗한 학교 만들기’운동의 일환으로 폐휴지 모으기, 쓰레기 분리수거하기, 복도·계단 청소하기 등에 솔선하며, 야생화 화단 가꾸기, 우리벼·유채꽃 가꾸기, 야생화 전시회 등의‘아름다운 학교 만들기’운동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 더해 옹기수집활동, 솟대제작 체험활동, 실내암벽타기 체험활동, 에그아트 체험활동 등 다채로운 과제활동을 발굴해 청소년기에 필요한 다양성 및 창의성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회원들에게 야생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유동호·류미향 지도교사.> <고명정산고 깨아4-H회는 야생화 가꾸기를 통해 학교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


 야생화 가꾸기 과제의 원조

위와 같이 고명정산고4-H회의 다양한 활동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무래도 야생화 가꾸기이다.
야생화 화단, 화분, 전시회, 봉사 활동 등 야생화에 관련된 활동이 고명정산고 깨아 4-H회의 특색 과제가 되어 있고, 고명정산고 깨아4-H회 하면 야생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다른 4-H회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야생화에 관하여서는 이 학교4-H회가 서울 시내 4-H회 중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였고, 다른 학교4-H회로 보급·확산하는 등 야생화 가꾸기 활동은 깨아4-H회에서도 자긍심이 큰 활동이다.
학교에서도 야생화 과제활동의 우수성을 인정하여 해마다 발행하는 입학 홍보용 팜플렛에 게재되고, 매년 2월 발행되는 교지에는 교내 활동 화보 3면 중 1면이 4-H회의 야생화 전시와 관련된 사진이며, 4-H회 소개와 활동 내용이 8면 특집으로 다루어진다.
“1996년 제1회 야생화 전시회 개최를 준비하면서 화분을 가꾸고 일부는 야생화 화단에 옮겨심기도 했다”며 말문을 여는 유동호 지도교사는“초창기에는 야생화 화단이 학생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교실 뒤편에 자리 잡고 있어 3년 전부터는 나리꽃류(중나리, 털중나리, 솔나리, 참나리, 뻐꾹나리 등), 붓꽃류(붓꽃, 창포, 꽃창포, 노란꽃창포, 각시붓꽃, 타래붓꽃 등), 제비꽃류(제비꽃, 노랑제비꽃, 태백제비꽃, 남산제비꽃 등), 둥글레류(둥글레, 무늬둥글레, 각시둥글레 등), 할미꽃, 패랭이꽃, 처녀치마 등 60여 종의 야생화를 녹색 사각 플라스틱 화분에 심어 계단에 조성해 회원은 물론 일반 학생들이 쉽게 야생화를 접할 수 있게 했다”고 상세히 설명한다.

과제활동 통해 나눔의 문화 실천

특히 올해로 12번째 개최된 야생화전시회는 학교4-H회로서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개최된 역사성을 간직하고 있고, 특히 매회 주제를 정해 그 주제에 따라 민간단체에 기부하는 활동을 펼쳐 학생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 나눔의 소중함을 몸소 느낄 수 있는 뜻 깊은 마당이라고 유 지도교사는 말한다.
또한 매년 5월 학교축제를 할 때 회원들이 스스로‘통일 강냉이’를 판매하여 통일 관련 민간단체에 5만원에서 10만원 정도의 기부를 꾸준히 하고 있어 통일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넓히는 계기가 되어왔다.
“‘이라크 아이들에게 축구장 만들어주기 운동’을 벌이는 민간단체에 10만원을 기부했던 일이 특히 보람있었다”라고 멋쩍게 얘기하는 권하용 회장(3년·정보처리과)은 “4-H회 활동을 통해 이 세상에는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며 대견스럽게 덧붙인다.
무엇보다 깨아4-H회는 4-H회를 졸업한 선배들로 구성된‘네잎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었다. 야생화 봉사활동, 체육대회, 도자기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이 있을 때 마다 네잎회로부터 많은 후원을 받으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졸업생들도 함께 활동에 참여 하는 등 그야말로 지·덕·노·체 이념의 대물림이 확실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회원들이 직접 흙을 빚어 도자기 만들기를 하고 있다.> <야생화를 전시해 우리 꽃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고명정산고4-H회.>


졸업생 적극 활동이 큰 힘

게다가 네잎회 뿐만 아니라 일반 졸업생들의 모임인‘고명인동’과‘향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으로부터도 나무를 후원 받아 교정에 심기도 하여 명실상부 선후배가 함께 하는 활동으로 다른 4-H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한편 이 학교4-H회를 14년째 지도하고 있는 유동호 지도교사는 현시대 청소년기에 가장 적합한 동아리 활동은 4-H활동인데 교내 학사일정 등 여러 가지 대내외의 여건 변화로 회원들에게 더욱 더 많은 꿈을 심어 주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는 속내를 털어 놓는다. 유 지도교사의 하소연을 곱씹어 보며 학교 교과서를 통해 채워지지 않는 ‘전인적 인성교육‘의 자리들이 최근 들어 점점 좁아지는 것 같아 교문 밖을 나서는 발걸음이 내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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