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순 식 〈전남 곡성 옥과고등학교4-H회 지도교사〉
7월 21일. 한국4-H본부에서 해외연수를 떠나기 전 사전교육이 있었다. 그곳에서 각 도에서 모인 지도교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4-H활동하는 것들을 나누다 보니 금세 마음을 열게 됐다.
22일. 9시30분 타이항공에 탑승, 방콕 수완나 폼 공항에 도착했다. 단출한 연수팀이라 인원점검은 문제가 없었는데 뜻밖의 일이 생겼다. 여행가방이 분실된 것이다. 여간해서는 이런 일이 없다고 하는데, 공항에서 1시간 동안 찾아 다녔다. 공항 사무실과 직원들에게 부탁을 하고 일단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한국도 덥지만, 태국은 더욱 뜨겁겠거니 각오를 했는데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 지금이 우기이기 때문이란다. 방콕은 우리나라 큰 도시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는데, 곳곳에 사원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언덕이나 작은 구릉도 없이 전부 평지였다.
기후의 축복을 받은 태국
점심식사 후 방콕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씨암타이유 난 농장을 방문했다. 덴파레, 나비란 등 형형색색의 난들이 재배되고 있었다. 기후가 꽃을 재배하기에 좋고, 야자열매껍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돈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한번 심어 놓으면 4년 동안 꽃을 수확할 수 있단다. 공중에서 그냥 번식하는 꽃도 있는 걸 보니 천혜의 자연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꽃을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손가락만한 병에 꽃을 꽃아 박스에 넣고 저온창고에 넣었다가 출하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덴파레, 나비란은 일회용인데, 이곳에서는 온도와 습도가 딱 맞아서 이 꽃들을 아름답게 키워내는걸 보고 부럽기도 했다. 우리가 저 꽃들을 겨울에 피워내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과 땀을 필요로 하는지, 또 보온을 위해 얼마만큼의 기름이 들어가는지 비교할 수 있는 기회였다.
여행 둘째 날인 23일. 방콕의 티케이팔레스호텔에서 태국 농업지도청이 주관하는 ‘농촌청소년국제세미나’에 참가했다. 한국, 일본, 필리핀, 태국 등 네 국가가 모여 4-H의 발전상과 그 동안에 해왔던 연구 및 과제를 발표했다. 그곳에서는 각 나라의 상징물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태국 전시장에는 역시나 과일들이 많이 있었다. 과일의 여왕 망고스틴, 두리안 등 열대과일이 즐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복을 입은 영농회원 4명이 참석했다. 4-H뱃지와 바클, 그리고 인삼사탕이 있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사탕을 얻어갔고 뱃지를 주문했다.
여러 나라 4-H인들과의 만남
오후에는 레크리에이션을 했다. 손짓, 몸짓으로 말을 알아차리고 게임에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에 좋았다.
저녁식사 후 각 나라 장기자랑이 시작됐다. 참가국가 사람과 태국사람을 섞어 한조를 만들었다. 우리가 아리랑을 부르면 태국사람이 아리랑 춤을 추고, 태국사람들이 태국노래를 부르면 우리가 태국 춤을 췄다. 세미나를 마칠 때쯤, 훗날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24일. 방콕을 벗어나 ‘반아짠쏨쏭’이라는 시골마을을 방문했다. 그곳의 농업기술센터에는 여러 과일나무들의 품종을 개발해 지역에 보급하고, 지역사회와 유대관계를 갖고 지역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농업기술센터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듯 했다.
그리고 사원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들렀다. 별로 크지는 않았지만 유치부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짜임새 있게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교실바닥 밑 진흙탕 속에는 메기를 키우고 있었다. 또 퇴비 만드는 일, 어린 치어와 개구리 키우는 일 등을 병행한다고 했다. 자연을 가까이 하며 친숙하게 자라는 아이들이 부러운 순간이었다.
오후에는 방콕시내 조별 포스트 배낭연수를 했다. 19시30분까지 라마 9세역 버스 정차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각조별로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 조는 ‘카오산로드’라는 길거리 쇼핑거리를 찾았다. 많은 외국인이 눈에 띄었다. 삼륜차(일명 뚝뚝이)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을 것, 먹을 것, 정통공예품 등 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물건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포스트 배낭연수로 방콕 곳곳 누벼
이것저것 구경하고 방콕 중앙역인 휠람퐁역으로 갔다. 많은 배낭여행객들이 역 중앙 광장에서 돗자리를 펴고 쉬고 있는 모습이 참 이색적이었다.
태국은 지반이 약해 지하도나 지하철 공사가 어렵다고 하는데 지하철이 있었다. 우리 조는 지하철을 기다리다 순간적으로 두 사람씩 떨어져 움직이게 됐다. 지도도 없고, 휴대전화기도 없고, 정말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낮에 적어둔 인솔자의 전화번호와 여러 번 봐둔 라마 9세역을 기억해 어렵게 찾아갔다. 지나가는 아가씨를 붙들고 휴대전화를 빌려 통화하며 겨우 모임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른 조들은 왕궁과 도자기 조각으로 장식해 해뜰 때 가장 아름답다던 새벽사원을 보고 왔다고 큰 자랑들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많이 부럽진 않았다. 조금 힘들긴 했지만 태국 시내를 아무런 도움 없이 누비고 다녔으니 얼마나 큰 경험인가!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