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01 격주간 제681호>
<학교4-H 탐방> 어려운 환경에서 4-H활동 하며 자연 소중함 깨달아

경남 거제중앙고등학교

<최정린 교장>

회색 아파트 숲을 사이에서 푸른 잔디를 머금고 있는 거제중앙고등학교(교장 최정린)를 찾았다.
거제중앙고등학교4-H회(회장 강동호·3학년 , 부회장 김장민·2학년)는 작년에 조직됐다. 4-H담당 교사인 이성규 지도교사가 5년 전 중앙고등학교로 부임한 후 4-H회를 만들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노력했지만 학교의 상황과 맞지 않아 조직되지 못했었다.
현재 중앙고4-H회는 34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3학년은 4-H화분을 주로 관리하고 있고, 1학년은 식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일지에 기록하고 있다. 4-H회의 주축인 2학년은 중앙고4-H회의 특색사업인 정원 및 텃밭 가꾸기를 하고 있다.


4-H텃밭 및 정원 조성

현재 중앙고는 전교생이 1500명이나 되는 거제시의 명문 인문계 고등학교로 학생들의 학업이 최우선시 되고 있어 4-H활동시간을 확보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고4-H회는 매주 화요일 7교시와 자율학습시간, 그리고 청소시간 20분을 활용해 활동하고 있다.
물론 이 활동시간도 유동적일 경우가 많아 활동의 어려움이 있다.
다른 학교4-H회처럼 야영교육이나 탐사활동 등 교외 활동이 여의치 않게 되자 학교 뒤편의 잔디밭을 텃밭으로 개간해 노작활동을 하며 자연의 생리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하지만 회원들과 이성규 지도교사의 노력으로 총 990㎡의 잔디밭을 개간해 텃밭, 넝쿨터널, 동산, 초가집을 마련해 학교의 삭막했던 분위기가 학생들이 좀더 자연에 가까워질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뀌게 됐다.
텃밭에는 상추, 들깨, 고추, 옥수수, 방울토마토, 가지 등을 심어 회원들이 직접 키워 관리하고 있다.
특히 텃밭을 각 학급에 분양해 회원이 아닌 학생들도 흙을 만지며 작물을 키울 수 있도록 했고, 작물 관리에 대한 지도는 중앙고4-H회원들이 하고 있다.
“4-H회원들도 농사를 지어본 아이들이 없어서 학교에서 노작활동을 하며 배우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텃밭을 분양받은 학급에 지도를 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죠. 하지만 이렇게 회원들이 직접 체득한 것으로 앞서서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라며 이 지도교사는 설명했다.
요즘 학생들이 또래의 학생에게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은데 4-H활동을 통해 리더십을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텃밭에서 재배한 것들을 이용해 김장을 해서 학생들과 함께 나눠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수확의 기쁨을 맛보는 순간이었죠.”라며 이 지도교사는 흐뭇해한다.

<초가집에 지붕을 얹기 위해 회원들이 짚으로 이엉과 용마루를 엮고 있다.> <회원들이 초가집에 지붕을 얹어 자리를 잡고 기뻐하고 있다.>

자연의 풍요로움 체험

수세미, 조롱박, 여주, 십손이, 이색칼라 배 등 넝쿨식물로 꾸민 터널은 회원들뿐만 아니라 중앙고 학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길이는 그리 길지 않지만 터널을 지나가며 느낄 수 있는 상쾌함과 여러 가지 모양의 넝쿨식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산에는 목화, 백일홍, 펜지, 페츄니아, 사루비아, 꽃창포, 범부채 등 거제시농업기술센터에서 지원해준 꽃이 가득 채워져 있다.
그리고 짚풀연구회에서 기증 받은 초가집을 동산 옆에 세워 농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초가집을 기증받은 상태 그대로 세워둔 것이 아니라 회원들이 짚으로 지붕을 새로 엮어 리모델링 해 더욱 옛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회원들의 노력과 교장선생님의 지원이 이런 멋진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 지도교사는 직접 텃밭을 일구고, 터널 골조를 세우는 등의 회원들의 노력과 학교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멋진 4-H텃밭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200만원 상당의 스프링쿨러 설치 등을 최정린 교장이 지원해주어서 4-H텃밭을 관리하기 수월해졌고, 올해 4월부터 학교 특색사업으로 지정해 4-H활동을 통한 아름다운 학교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
텃밭을 돌아보던 중 보충수업 후 학교에 남아 텃밭에 물을 주는 손동환(2학년), 김성겸(2학년) 회원을 만날 수 있었다. “4-H활동하면서 힘들진 않아요. 날씨가 더울 때만 빼고요.”, “식물을 키우면서 수확해서 먹을 때 그 뿌듯함을 잊지 못해요. 그래서 친구들이 부러워해요.”

<넝쿨식물이 잘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끈으로 그물을 만들었다.> <야생화를 담기위한 화분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활동시간 적은 것 아쉬워

“인문계 고등학교의 특성상 아이들과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없어 너무 아쉽습니다.” 입시가 주가 되다보니 회원들과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시간도 없고, 4-H이념교육 등 4-H에 대한 학습 시간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특히 주변에 인문계 고등학교4-H회가 없어서 활동정보공유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그 안타까움이 더한다.
그래도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을 정착시켜 노작활동을 통해 회원들이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체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점점 개인화 되어가고 입시에 쫓겨 살아가는 회원들에게 자연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와 흙의 정직함을 깨닫게 해주는 중앙고4-H활동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를 소망한다.
 〈오상록 기자· everhreen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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