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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륜 회원은 곤충농장을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해 생명산업으로서 농업의 가치를 심어주고 있다.> |
김 세 륜 회원 (전남 장성군4-H연합회)
축산, 과수, 시설채소, 수도작 등 영농에는 많고 많은 종류가 있지만, 다소 생소할법한 이색분야에 도전하는 청년농업인이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같은 곤충을 기르며 새로운 영농의 길을 걷고 있는 전남 장성군4-H연합회 김세륜 회원(29·전남 장성군 황룡면 금호리).
한창 바쁜 일손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여느 농가와 달리 김 회원의 표정에는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하지만 이러한 사치스러운 여유가 그리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아직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지 않은 탓도 있고, 주요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초등학교의 방학기간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행착오 겪으며 몸소 배워
2년 전 장수풍뎅이 세 마리로 시작한 취미활동이 본업으로 커질 줄은 그 자신도 예상치 못했다. 원래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 산에 올라가 볏짚과 폐목 사이를 뒤지며 장수풍뎅이 유충을 잡기도 여러 번. 그런데 자연증가를 통해 점차 개체수가 불어나더니 천 마리를 훌쩍 넘어버렸다. 그래서 지난해 160평 되는 하우스를 설치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여 현재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1만 마리를 키우고 있다.
초기에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우여곡절이 많았다. 군 복무 중 입은 부상으로 국가유공자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서 굳이 많은 일자리를 뿌리치고 험난한 길로 들어서는 김 회원이 걱정스러웠던 탓이다. 하지만 혼자 열심히 일하는 자식이 대견하고 안쓰러우셨는지 지금은 오히려 하우스 조경에도 세심한 신경을 써주시며 든든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부모님에게 김 회원은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자연 상태의 장수풍뎅이는 알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약 1년이 소요되는데, 외부환경과 영양소 등에 따라 성장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온도와 습도를 적정하게 유지하고 영양분으로 활용되는 톱밥과 표고버섯 폐목, 볏짚 등을 알맞게 발효시키면 3~4개월 정도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 그에게서 돌아왔다.
“주위에 같은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 없으니 물어볼 수도 없고, 정보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백지 상태에서 모든 걸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겨울철에 보일러 가동이 안 돼서 동사하고, 여름철엔 온도를 너무 높게 유지해서 죽고, 시행착오 참 많이 겪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김 회원은 실제 경험을 통해 배우면서 많이 알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어린이 체험학습장으로 활용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갖고 있는 사업이라고 해도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오래 버티지 못하기 마련. 김 회원의 고민도 이 부분에 있다. “아직 일정한 판로도 없고, 인지도가 있는 편도 아니기 때문에 매출이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학습장으로 꾸며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자연학습 공간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생각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히는 김 회원은 함평 나비축제에 다녀오고서 큰 자신감을 얻었다. 많은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적인 효과를 홍보하면 고객을 충분히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지역 축제인 홍길동 축제에서 곤충농장 부스를 운영해 학부모와 초등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사업이 안정적으로 접어들면 관내 자활센터 어린이들에게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단다. 장성군농업기술센터 과제자금을 지원받아 올해 말에는 부화산란장으로 사용할 하우스도 새롭게 제작해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다.
회원확보와 4-H 홍보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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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군농업기술센터 송광영 지도사(좌), 군4-H연합회 송한우 회장(우)와 함께.> |
장성고등학교와 나주전문대학을 졸업한 김 회원의 4-H활동은 2006년 장성군4-H연합회에 가입하면서부터다. 대학생 때부터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했던 그는 대학졸업 후 지역사회에서 실천할 방법을 찾던 중 친구를 통해 4-H를 만나게 됐다.
노령 인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촌에서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이 모임을 갖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더구나 외지 생활을 하다가 귀향한 김 회원은 더욱 그러하다. 예전에는 몰랐던 농촌의 어려움을 이제 몸으로 느끼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4-H가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김 회원. 그래서 4-H에 대한 애착이 깊어가는 지도 모른다. 궂은 일 마다 않고 뒤에서 묵묵히 돕는 거라면 솔선수범하겠다는 김 회원은 올해 사무장을 맡으며 송한우 장성군4-H연합회장을 도와 회원 확보와 4-H활동 홍보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정동욱 기자·just11@4-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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