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계 현 감사 (전라남도4-H연합회)
요즘 한미 FTA 농업협상(안) 국회 비준 동의를 앞두고 냉엄한 국제 농업의 현실과 힘겹게 겨루고 있는 농가를 보고 있노라면 그 일들이 그리 달갑지 많은 않다. 곡물가 파동, 원자재값 상승, 국제원유가 폭등 등 우리 경제의 숨통을 쥐락펴락 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흙의 진리와 이치를 가슴에 품고 묵묵히 그 길을 걷고 있는 회원이 있다.
강원도 횡성 못지않게 ‘한우’로 유명한 전라남도 장흥에서 농업 개방화의 파고에 맞서 젊은 영농인으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백계현 회원(29·전남 장흥군 용산면 상금리)을 만났다. 전남 장흥군4-H연합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전라남도4-H연합회에서 감사를 맡고 있는 그는 1998년 전남 장흥실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남도립전문대학교에 진학하여 우리 농업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철저한 위생관리로 양계에 주력
924㎡ 되는 계사 6개동을 돌보고 있는 백 감사는 2001년부터 양계에 발을 들였다. 갓 부화된 병아리를 40일 동안 정성스레 키워서 출하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었지만 쉬운 길도 돌아서 원칙부터 간다는 마음에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연간 18만 마리를 사육하는데, 요즘 조류 인플루엔자가 한창 기승을 부려서 방역관리만큼은 철저히 한다. 여느 농가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비결을 탐진강의 맑은 물과 양계장이 밀집되지 않은 지리적 여건으로 질병 발생율이 낮고, 자연환경이 좋은 탓으로 돌리는 백 감사. 그가 생산하는 육계는 육가공업체인 주식회사 하림으로 거의 전량 출하된다. 출하량 대부분이 최상위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다른 농가보다 좋은 조건에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일반 양계농가 같으면 계분을 발효해서 재활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백 감사는 육계가 출하될 때마다 계사의 퇴비를 청소하여 위생적인 환경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폐사율은 다소 떨어지나 육계가 출하될 때마다 계사를 청소하기 때문에 위생적인 면에서는 어느 농가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백 감사. 따라서 입식 공백에 따라 수입은 다소 낮아지나 청결한 위생관리로 신뢰를 받고 있는 점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한우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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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계현 감사는 양계뿐만 아니라 축산분야에도 활동영역을 넓히며 그 입지를 든든히 하고 있다.> |
그는 한 가지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양계를 통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백 감사는 자금 회전율을 높이고, 안정적 수입의 지속적 창출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관심을 기울인 분야가 아버지 때부터 전력을 기울여온 한우 사육이다. 2002년부터 시작한 한우 사육은 점점 어려워지는 농촌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처이기도 하다. 처음 10마리로 시작하던 것이 6년 만에 다섯 배로 불어 현재는 50여 마리의 번식우를 키우고 있다. 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그 보람이 날로 더해간다는 백 감사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수소도 아니고 암소만 50마리를 키우고 있으니 규모의 경제를 실천으로 옮기고 있는 셈이다.
현재는 양계에 집중하고 있지만, 축산 분야로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싶다는 백 감사는 한미 FTA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주변 여건도 그에게 우호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작년 전라남도 장흥군이 한우 특별구역으로 지정되어 전국의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백 감사도 한우를 한미 FTA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급육 생산은 물론 사양관리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우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그의 꿈이기도 하다.
1998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작한 4-H활동. 선배의 권유로 멋도 모르고 회원으로 가입했지만, 이제야 그가 깨달은 4-H의 진리는 젊은 농업인들이 움직이는 곳에 4-H가 있더라는 것이다. 4-H활동을 통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만나고, 접하지 못했던 정보를 얻고, 자신의 의사를 대중 앞에서 떳떳하게 발표할 수 있게 해 준 4-H가 백 감사에게는 고맙고 소중한 친구다. 그에게 4-H는 사회활동의 근본이 되었고, 자기 자신의 뿌리가 되어 준 밀알 같은 친구였다. 무연고 묘지 풀베기 봉사활동, 군 야영대회, 지체부자유자를 위한 목욕봉사활동 등 다양한 4-H활동을 통해 4-H이념을 실천으로 행한다는 백계현 감사. 4-H를 통해 배운 것을 회원들과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이제 현실이 되어 실천으로 다가오고 있다.
농업인으로서 백 감사가 갖고 있는 철학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다. 농업인으로서의 자부심 말이다. 자녀들에게 농업인으로서 성공한 삶의 모델을 개척해주고 싶었던 그는 일찍이 부지런한 농민의 삶을 자년들에게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양계, 한우 사육, 시설채소 재배 등을 통해 농업에서 성공한 농업 경영인으로서의 삶을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했고, 땀 흘려 일했다고 자부한다.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백 감사는 열심히 일 한 만큼의 대가가 반드시 돌아온다는 믿음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작물과 동물은 사랑의 발소리를 듣고 큰다’는 명제를 가슴에 품고 있는 그는 그 누구보다 흙의 이치를 잘 알고 있는 참된 농사꾼이다.
〈정동욱 기자·just11@4-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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