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1 격주간 제675호>
<4-H교사 이야기> 4-H는 흙을 사랑한다

<문 재 신>

2008년 4월 26일, 유난히 맑은 토요일이다. 한 주간의 피로를 씻기 위해 동료들과 오름 등반을 하기로 하였다. 정석비행장을 배경 삼아 작은사슴이오름과 큰사슴이오름이 다정하게 보인다. 헐떡이는 호흡으로 오름을 오르는 길에 온갖 야생화가 만발하다. 사람들 등산화에 밟힌 일그러진 모습의 야생화가 안타깝다.
60년대에는 가정은 물론 학교에서도 토끼 키우기, 퇴비 증산을 위한 풀베기, 산림녹화를 위한 나무 심기, 송충이 잡기, 교무실 땔감 해오기 등 모두가 농사일에 가까운 노작교육에 아무 불평 없이 임할 때가 허다했다. 어쩌면 더 좋아한 것도 같다.
67년 고교 때 공부도 잘하거니와 전국대회에서 입상까지 할 정도로 웅변을 잘하는 ○○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신문 배달한 돈을 학비에 보탤 정도로 가정이 어렵고 성실한 친구였다. 후에 고급육군장교로 근무했고 ○○당 국회의원 출마까지 했는데 그 멋진 친구가 나에게 4-H를 소개해 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경진대회로 판단이 된다. 이 친구는 땅콩이나 고구마를 수확할 때 아주 유난히 큰 고구마가 보이면 모아두었다가 경진대회 출품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회원이었다.

4-H과제 활동 거의 다 해봐

4-H지도교사로서 가장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때는 2003년 3월 신창중학교에 발령 받으면서였던 것 같다. 당시 전체 학생은 76명이었는데 모두 4-H회원이어서 특별활동과 재량활동, 생활지도 등을 모두 4-H과제활동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노인복지회관 봉사활동이며 체육활동이며 관광지 탐방, 압화, 도자기 만들기, 국화와 야생화 가꾸기 등 4-H교본을 참고하며 가능한 것은 거의 다 해본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열심이었던 것은 야생화 가꾸기였다. 처음에 어떤 학생은 ‘귀찮은 검질(잡초)인데 야생화’라고 하는 나를 의아한 눈으로 보기도 하였다. 휴일에는 마을 근처에 자생하는 야생화 탐사를 하고, 소풍 땐 식물도감을 옆에 차고 야생화 찾기와 야생화 이름 알기 경연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야생화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갖도록 지도했다. 

야생화에 대한 책도 집필

욕심을 내어 고운 심성계발 지도 자료인 ‘나의 친구! 야생화야!’란 책도 만들어냈다. 이 책 속에는 우리 주위의 야생화 이름, 특징, 꽃말, 전설이나 얽힌 사연, 필요한 상식 등을 실었다. 이 책에는 4-H회원으로서 추억을 되새기고 야생화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계기를 만들며, 자연을 보호하고 지역사회의 청정 환경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 주길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그 해 말 신창중학교는 제주특별자치도4-H대상과 상금 200만원을 받았다. 학생들과 선생님들께서 협조해 주시고 노력해 주셔서 얻은 결실이라 생각한다. “얘들아 보고 싶다. 그리고 사랑 한다.”
불교 성전-진리여행에 한 구절이 생각난다. ‘이 몸은 오래지 않아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이는 흙은 우리의 고향이며 흙과 우리는 하나라고 하는 뜻이 아니가 싶다. 4-H는 흙을 사랑한다. 찬란한 흙의 문화를 일구어 내는 일꾼들이다. 또한 우리의 생명을 이어가게 할 수 있는 지혜가 있다. 요즈음 FTA며 농촌진흥청 폐지, 쇠고기 수입 등으로 신음하는 농심과 함께 이 나라와 국민의 건강을 굳건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제주사대부설고등학교4-H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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