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15 격주간 제674호>
<학교4-H회 탐방> “가족보다 더 친한 ‘육남매’가 있어 든든해요.”

전남 장흥남초등학교

<노진화 교장>

“안녕하십니까!” 처음 본 아이들이었지만 배꼽위에 손을 모으고 환한 미소로 인사하는 모습을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폐교될 뻔 했지만 졸업생들의 지원과 관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남 장흥남초등학교(교장 노진화)의 곳곳에는 ‘4-H’라는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2003년부터 4-H활동을 시작한 장흥남초등학교4-H회(지도교사 이현희·김형석, 회장 임형준)는 현재 62명의 전교생이 4-H활동을 하고 있다. 4-H지도교사는 두 분이었지만, 교장 선생님부터 모든 교사가 4-H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장흥남초등학교4-H회가 가꿔놓은 야생화 동산, 조류장, 텃밭, 버섯재배장을 교장, 교감선생님이 직접 같이 다니며 설명해주셨을 정도로 4-H에 대한 배려가 깊다.

전교생이 4-H활동 해

<장흥남초회원들은 육남매 농장에서 싹을 틔우고 수확하며 협동정신과 조그만 것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기르고 있다.>
장흥남초등학교4-H회는 약 200㎡의 자연학습원에서 패랭이꽃 외에 90여종의 야생화를 가꾸고 있다. 지금은 죽은 꽃이나 번식률이 너무 뛰어난 것을 정리해 새롭게 자연학습원을 꾸며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4-H조류사육장이 있었다. 작년에 만들어진 이 사육장은 농업기술센터와 학부모들이 함께 자원을 조달하고 직접 제작한 것이기에 회원들에게는 더욱 뜻 깊은 곳이다. 이곳에는 공작새, 바둑자보, 홍자보, 칠면조, 호로조 등 20여종의 새들이 조류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중 바둑자보는 한 쌍에 40~50만원 정도하는 고가의 새였는데, 회원들이 정성스럽게 돌봐준 덕분에 새끼도 낳았었다고 한다. 위계찬 교감은 “알을 낳고 부화하는 것까지 직접 관찰하고 돌볼 수 있어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더욱 흥미를 갖고 활동할 수 있게 된다”고 귀띔해줬다.

4-H의 중심 ‘육남매’

그 바로 옆에는 ‘육남매 농장’이 있었다. ‘육남매’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6개의 학년을 남매로 표현한 것이고, 아이들은 이든샘, 도래샘, 씨밀레, 너울가지, 미리네, 라온후제, 한마루, 희나리 등 한글 이름을 지어 8가족으로 조를 나눠 활동한다. 직접 감자, 배추, 오이, 방울토마토를 심어 가꾸고, 나중에 수확한 것들을 각 가족별로 비교·평가하는 품평회 시간을 갖고 있다. 품평회 후에는 수확한 것들을 선생님들과 음식을 만들어서 어려운 가정에 전달한다. “아이들이 서로 도와가며 키워 수확한 것들을 나눠먹을 때 가장 기뻐하는데, 아마 함께 이뤄냈다는 보람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 같다”며 이현희 지도교사는 전했다.
장흥남초등학교4-H회의 ‘육남매’는 텃밭 가꾸기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2005년부터 계속 가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가족이 들어오면 기존의 식구들이 새가족을 챙기며 학교생활을 해가고 있다. 등하교 하는 것이나 공부하는 것도 가족별로 같이 하고 있으며, 체육대회 때에도 저학년이 잘 활동하지 못하면 고학년이 데리고 와서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교 앞 산을 등반할 때에도 고학년이 저학년을 데리고 끝까지 정상을 등반할 정도로 ‘육남매 가족’의 운영이 잘 되고 있다. 이렇게 선후배가 협력을 잘 하다보니 지도교사들이 할 일이 없을 정도라고. 정해진 재량활동시간, 생태체험학습시간 외에 4-H활동이 필요하면 가족별로 자유롭게 시간을 정해서 방과 후에 활동하고 있다.
4-H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4, 5, 6학년이 되면 진도 북놀이를 배우게 되는데, 벌써 5년째 이것을 전승해오고 있다. 회원들이 악기를 하나씩 맡아서 모두 참여하고 있으며, 공연 시간만 해도 15~20분이나 된다고 하니 그 열정이 대단했다. 특별히 작년 대한민국농업박람회와 연계해서 치러진 전남4-H전통문화경진대회에서 당당히 금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그 실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2005년도 사이버백일장에서 대상을 탔을 정도로 글짓기 활동도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올해에는 1인 1국화 기르기 등 농업기술센터와 연계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김형석 지도교사는 말했다.

<회원들이 직접 가꾸는 자연학습원에서.(왼쪽부터 위계찬 교감, 노진화 교장, 진호중 지도사, 이창래 장흥군4-H연합회 수석부회장)>
생태체험으로 인성교육

“동물을 만지면서 기르고, 흙냄새를 맡으면서 식물을 키워가는 아이들은 분명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고운 인성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너무나 개인화되어가는 이 시대에 친구와 돈독한 정을 기르며 협동심을 키우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왕따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노진화 교장의 말처럼 주변 환경에는 신경 쓰지 않고, ‘나’에게만 관심을 갖고 살아가는 세대 속에서 서로 돌아보며 사랑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장흥남초등학교4-H회원들의 환한 모습에서 농촌뿐만 아니라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아갈 소중한 열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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