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01 격주간 제669호>
<시 론> 농촌진흥청 폐지방안 철회를 촉구하며…
윤 요 근((사)한국농촌지도자 중앙연합회장)

현장농업에 대한 지속적이고 실질적 지원과 관심 부재로 인해 생산성부채가 악화되어 상환능력을 잃은 농가가 태반이고, 한미·한EU FTA 등 세계최강 농업강국과의 동시다발적 시장개방은 우리농업과 농민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농업기술개발과 보급기능의 최 일선에 있는 농촌진흥청을 폐지하고 출연연구기관으로 전환하여 민영화하겠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보고 농민들은 어안이 벙벙하고 황당할 따름이다.
시장개방의 자율경쟁 체제 하에서 농업·농촌의 경쟁력 강화는 필수적인 과제이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심어주었던 기관이 바로 농촌진흥청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농촌진흥청은 아무런 기반이 없는 불모지 같은 땅에 녹색혁명과 백색혁명을 농업인들과 함께 일궈냈으며, 탁상공론만 펼치는 다른 행정조직과는 다르게 영농현장에서 농업인과 가장 밀접하게 생활하고, 포근하고 정감 있는 정부기관으로 자리매김을 해 왔다.
농업·농촌의 문제는 지역에서 해결하여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촌진흥청을 거점으로 한 도농업기술원, 시군농업기술센터의 유기적 연계관계를 유지할 때만이 시너지효과가 발휘되는 것이다.
이에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를 비롯한 32개 농민단체에서는 ‘농업기술센터 활성화를 위한 법제화 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농업인 스스로 어려운 파고를 극복하고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는 와중에 이번 제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로 인해 심한 좌절과 함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하다.
현재 농업인이 요구하는 농촌진흥청 폐지에 반대하는 이유는 집단이기주의 아닌 명확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첫째, 농촌진흥청의 농업기술연구와 기술보급 기능을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떠넘길 경우 일선 농촌지도조직과의 연계가 약화되어 연구 성과의 효율적 보급이 이루어질 수 없다. 기초영농분야에 대한 농민들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부응할 수 없을 것이며 소수 특정분야에 연구가 치중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둘째, 지금 전 세계는 식량전쟁 중이다. 이상기후에 따른 환경재앙과 대체에너지 개발에 따른 곡물소비의 증가는 유례없는 곡물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곡물 재고가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식량자원주의’로 인한 수출 자제로 곡물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돈 안 되는’ 농업기술연구를 무책임하게 경제논리로만 농업을 바라보는 것은 농업의 농(農)자도 모르는 행정관료들의 천박한 농업관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돈만 되는 농업기술만 연구하고, 이를 농민에게 돈을 받고 판다면 대다수 농민들은 소외될 것이고 우리의 농업경쟁력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지금에 있어 중요한 것은 돈이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존망이 걸린 농업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업관련 연구와 기술보급은 향후 농업·농촌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지속되어야 하는 분야이며 차기 정부가 장기적으로 농업의 미래를 고려한다면 농촌진흥청 사업은 오히려 그 기능을 확대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조직의 필요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정치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인 농업인이 결정해야 할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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