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1 격주간 제926호>
[회원의 소리] 나는 도시의 농부다
서 종 효 (대구광역시4-H연합회 회장)

나는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도시농부다. 대구광역시는 인구 250만명이 거주하는 대도시다. 도시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이 놀랍다. ‘대구에도 농지가 있어요?’ ‘땅값 비싸지 않아요?’ 물론 비싼 농지가 있다. 개발제한구역 안에는 농지가 많이 생존(?)해 있다. 하지만 도시에서의 농업은 농촌에서의 농업과 차이가 많다. 흔히 요즘 급성장하고 있는 도시농업에 대한 이야기다.
2012년 도시농업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도시농업은 나날이 발전해오고 있다. 도시농업은 생업농업과 생활농업으로 구분할 수가 있다. 생업농업은 특·광역시의 도시에서 농업경영을 목적으로 하는 농업활동, 소위 근교농업이다. 대구의 농업인들 대부분은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대구4-H연합회 회원들도 생업농업 형태의 도시농업에 속해 있다.
생활농업은 수익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경작활동을 하는 농업이다. 처음에 시민에서부터 시작된 도시농업은 현재 100만명 이상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한 서울, 부산, 화성 등 지자체 별로 박람회를 열고 있다. 대구에서도 올해 제8회 도시농업박람회가 개최된다. 연 20만명 이상의 관람객 수를 맞이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도시농업은 복합문화활동이다. 단순한 경작활동에서 나아가 건강, 교육, 환경, 일자리까지 복합적인 형태의 문화활동이다. 도시농업을 하면 첫째, 건강증진을 할 수 있다. 경작이란 육체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며 운동을 하는 것과 같다. 삽질 30분을 하면 러닝머신 2시간 뛴 효과가 나타난다. 또한 좋은 먹거리를 생산해 우리의 식탁이 건강하게 된다.
둘째, 공동체 복원을 할 수 있다. 주말농장은 할머니, 할아버지, 아들, 손자, 며느리까지 모두가 모여서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다. 같이 경작을 하면서 가족애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주말농장에서는 시민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라 이웃 간 대화를 통해 공동체를 다질 수 있다.
셋째, 교육적인 기능이다. 도시의 아이들은 자연과 환경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도시농업을 통해 흙을 만지고 환경을 배우고 씨앗을 뿌려 싹이 트는 것을 보며 아이들의 감성적인 기능을 기를 수 있다. 작물과 함께 아이들도 성장하는 것이다.
넷째, 환경적인 기능이다. 자투리 공간, 아파트 옥상, 빌딩 옥상 등 유휴공간에 흙을 채우고 식물을 심으며 푸른 도시를 가꿀 수 있다. 빌딩에 정원을 만들면 냉난방 비용 절감효과를 준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다섯째, 일자리 창출이다. 도시농업관리사라는 자격증제도가 있다. 이 자격을 가진 사람은 텃밭 선생님, 텃밭관리사, 도시농업농장운영자 등의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 필자도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텃밭 선생님, 도시농업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여섯째, 도농교류에 대한 부분이다. 도시농업활동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기존 농업인으로부터 많다. 직접 길러서 먹으면 기존 농업인들의 설 자리가 어디 있냐고들 말씀하신다. 하지만 도시농업이 기존농업에 영향을 미치는 건 일부분이다. 농촌진흥청 설문조사를 보면 도시농업 경험자는 농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나아가 국내산 농산물 소비까지 이어지는 결과를 보여준다.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도시농업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도시에서 보여주고 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사가 천하의 큰 근본이라는 말은 농업인이라면 다 알 것이다. 농업이 약한 국가 중에 선진국은 없다. 농촌에서의 농업활동은 식량안보, 환경보전 차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나아가 도시에서의 농업활동도 중요하다. 도시민 즉 소비자들의 농업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국가농업 발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도시농업활동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에서의 녹색바람이 우리나라 미래에 푸르름이 되어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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