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1 격주간 제922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천리마(千里馬)의 의미
"뛰어난 말을 칭찬하는 이유는 그 힘 때문이 아니다
驥 不稱其力(기 불칭기력)"
- 《논어(論語)》 중에서


뛰어난 말을 가리키는 단어 중에 가장 일반적인 것을 들면 ‘천리마(千里馬)’가 아닐까 싶다.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말이라는 뜻이다. ‘기(驥)’는 이러한 ‘천리마’를 가리킨다.
1리(里)를 요즘 단위로 환산하면 392m 정도가 된다. 그러므로 1,000리(里)라고 하면 400km 정도가 될 것이다. 하루에 400km를 달린다면 속도는 어느 정도일까. 24시간으로 나누면 시속 16km 정도가 된다. 자동차가 일반화된 요즘 우리의 생각으로 살피면 그리 빠르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어두워지면 달릴 수 없으니 12시간으로 잡아도 시속 30km 내외가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의 최고시속은 48km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중요한 단서를 하나 발견할 수 있다.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다는 의미는 속도가 아니라 목표를 향해 쉬지 않고 꾸준히 실천하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구잡이로 우왕좌왕하는 게 아니라 목표 지점을 향해야 하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천리마를 칭찬하는 이유는 그 힘 때문이 아니다(驥 不稱其力). 그 덕(德) 때문이다(稱其德也).’”
《논어(論語)》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하루에 천리를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목표지점에 도착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천리를 가는 동안, 그 긴 시간 동안 마음을 집중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덕(德)’은 무엇인가. 《서경(書經)》을 보면, ‘구덕(九德)’이라 하여 그 사람이 덕을 갖추고 있는지를 판단할 때 기준이 되는 아홉 가지 체크리스트가 나온다.
첫째, 남에게는 너그럽고 스스로에게는 엄격한가?(寬而栗) 둘째, 행동은 부드러운가? 혹시 나약한 것은 아닌가? 뜻은 확고한가?(柔而立) 셋째,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가? 혹시 일의 성공에만 매달려 공손함을 잃지는 않는가?(愿而恭) 넷째, 항상 단정한가? 혹시 너무 형식에 얽매이는 것은 아닌가?(亂而敬) 다섯째, 바른 이치에는 순순히 따르는가? 너무 순순히 따르기만 하는 것은 아닌가?(擾而毅) 여섯째, 구부러지지 않고 곧고 바른가? 그러면서도 따스함을 유지하고 있는가?(直而溫) 일곱째, 간단명료하고 대범한가? 혹시 사소한 것이라고 함부로 지나쳐버리지는 않는가? 날카롭고 예리한 맛은 있는가?(簡而廉) 여덟째, 강철처럼 단단한가? 혹시 겉만 강하고 속이 비어있지는 않은가?(剛而塞) 아홉째, 힘은 강한가? 혹시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는 않는가? 의로운가?(彊而義)
“사람들은 대부분 모든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를 즐긴다. 윗사람은 아랫사람들이 잘 따르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지시가 잘못된 것이라고 불평한다. 중간에 있는 사람은 윗사람과 아랫사람들의 잘못을 지적하며 그들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불평한다. 문제는 무엇인가. 모두가 남에게 잘못을 돌리고 자신의 잘못은 깨우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먼저 자신의 문제부터 해결하고 스스로 반성하면서 나아가야만 이룰 수 있다. 나의 의견이라도 옳지 않은 것이었다면 과감히 버려야 하며 다른 사람의 의견이더라도 옳은 것이면 과감하게 따라야 한다. 그러므로 ‘나의 의견이냐 나의 의견이 아니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옳은 것이냐 옳지 않은 것이냐’를 따져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사로운 나를 버리고 바른 이치로 나를 채워야 한다.”
송나라의 학자 정호(程顥)가 ‘구덕(九德)’을 설명하며 덧붙인 말이다. 천천히 가는 한이 있더라도 꾸준히 걷고 또 걸어서 천리를 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천리마라고 할 수 있다.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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