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1 격주간 제920호>
[지도교사 이야기] 세상을 변화시키는 우리의 힘찬 동행
-제주 학생4-H 모의도의회의 경험-

이 현 주 (제주 한림여자중학교)

이제 곧 우리나라의 일꾼을 뽑는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온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힘찬 희망보다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리라. 그래서 그런지 자꾸 요즘 들어 지난해 우리 학생들과 울고 웃고 떠들며 준비했던 ‘2019 제1회 제주 학생4-H 모의도의회’ 활동했던 순간순간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물론 나야 학생들의 땀과 노력 위에 숟가락 하나 얹었을 뿐이지만….
처음 이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는 “내가 왜? 그리고 어떻게? 과연 내가? 그리고 결과는?” 무지무지 걱정이 앞섰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 15명이 나만을 어미 새처럼 한없이 바라보는 순수한 눈망울을 보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짜식들, 그래 사람 보는 눈은 있구나! 그래, 같이 가보자. 그리고 같이 커보자” 이런 순수한 마음으로 힘찬 동행이 시작되었다.
주제를 정하면서도 너무 거창한 것보다는 우리가 평소 무관심 속에 그냥 지나쳤던 그리고 우리 삶의 아주 소중한 작은 문제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정말 순수하게 제주도민의 눈으로 그리고 제주도만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등하교 시간에 많이 타면서 느꼈던 버스에 대한 고민의 시작이 ‘2017년 8월 26일 대규모 대중교통 개편에도 불구하고 최다 불편 신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제주 대중교통의 현안’이라는 주제를 정하게 되었고, 또한 해가 다르게 건물이 들어서는 우리 주위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개발과 보존’ 사이의 제주도 정책의 혼란에 대한 ‘곶자왈 보전에 대한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 제안’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단순한 문제제기와 비판만 했던 과정이 아니라 문제를 파악하고 학생들의 노력으로 그 해결책을 찾아내는 과정이 너무 소중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마냥 문제제기와 현실인식 그리고 해결방안 모색이라는 일반적인 과정이 아닌, 토론 과정에서 찬성 입장과 반대 입장을 정해서 자신이 직접 자료를 찾아보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이야말로 앞으로 우리 학생들이 나아가야 할 그리고 배워가야 할 소중한 교육의 시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름방학 때부터 시작하여 4개월 간의 여정 끝에 막을 올린 모의도의회에서 보여주었던 아이들의 성장 과정은 가슴 뭉클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중학교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청중 앞에서 대본을 모두 암기해서 자신 있게 말했던 친구, 조금은 어눌한 말투와 작은 목소리로 시작한 친구가 피나는 노력으로 당당히 소리치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4-H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깨닫게 되었다.
“제주도민의 일원으로서 제주도의 문제에 대한 무관심에 반성도 해 봅니다”라는 학부모의 말씀과 “그동안 제주에 살면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무관심했던, 그리고 인지는 하고 있었으나 그저 순응하고 넘기기 바빴던 우리의 모습을 반성합니다”라는 학생들의 공통된 의견을 들으면서 우리의 동행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그리고 우리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이들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미래라고…. 하지만 그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어른들의 노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단순한 물음에서 시작된 우리의 힘찬 동행이 이 세상을 바꾸는 자그마한 시작이 되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해 본다. 이젠 ‘너와 나’, ‘아이와 어른’이라는 구분이 아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임을 인정하고 느끼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함께 바꾸는 노력,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미래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가짐으로 이 글을 마쳐본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우리의 힘찬 동행’ 시즌 2를 기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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