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5 격주간 제919호>
[지도자 탐방] 그의 집 대문 앞에는 4-H기가 매일 나부낀다
윤 남 현 지도자 (전남 영암군4-H본부)

윤남현 지도자는 4-H회를 활성화하는 것만이 농촌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길이라는 믿음으로 수십 년째 매일 대문 앞에 4-H기를 걸고 있다.

그의 일과는 4-H 깃발을 거는 것으로 시작한다. 눈비 오는 날 빼고는 매일 아침이면 집 앞 대문에 지·덕·노·체 네잎클로버가 새겨진 4-H기를 걸어두기를 수십 년이 되었다.
일본에 우리나라 문물을 전해준 것으로 알려진 왕인 박사 유적지로 유명한 전라남도 영암. 유적지 방향으로 목포 가는 길을 따라 약 10리쯤 가노라면 월출산 서쪽 기슭 호동마을에 이른다. 주소지에 거의 다 도착했을 무렵, 자동차 유리문 밖으로 4-H 깃발이 내걸린 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 마을에서 만난 윤남현 지도자(80·전남 영암군 군서면 월곡리 호동길).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군서고등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지 않은 학교를 고등국민학교라고 불렀는데,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이 다니던 학교라고 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가난한 농촌을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하루는 도로변에서 풀을 베고 있는데, 이웃에 사는 지인이 책을 여러 권 들고 와서 읽어보라며 그에게 전해주었다. 그러면서 농사교도소(지금의 농업기술센터)에 가면 이런 좋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다는 정보도 흘려주었다. 집에 가자마자 세수를 하고, 농사교도소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곧바로 회원가입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1956년의 일이다.
1960년에는 남녀 23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호동4-H구락부를 창립하는데 핵심 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조직을 재정비해 군 입대할 때까지 약 2년 간 회장을 역임하면서 문맹퇴치, 마을청소, 풀베기를 비롯해 한가위 등 명절에는 마을 위안잔치를 실시했다. 이렇듯 봉사활동을 활발히 펼쳐 주민들로부터 신망을 얻게 되었다. 이후로도 영암군4-H연합회장을 거쳐 군과 전라남도에서 4-H지도자 활동을 이어갔다.
1965년 제대 후 그해 결혼에 골인한 윤 지도자는 4-H활동을 재개했다. 4-H를 마음속에서 지우지 못한 것은 4-H에 대한 그의 투철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가난과 배고픔에 굶주리던 시기였다. 지금이야 ‘보릿고개’라는 말이 지나간 추억 속의 말로 느껴질 법도 하지만, 그때는 살기 위해 버텨내지 않으면 안 되는, 말 그대로 고난과 역경 그 자체였다. 그는 4-H를 통해 농민들의 의식을 깨워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야 잘 사는 농촌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4-H는 그의 이러한 믿음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과도 같았기 때문에 다시 4-H운동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윤 지도자는 과제활동이 4-H의 꽃이자 생명이라고 여기며 4-H회에 가입한 이후 과제장 쓰기를 생활화했다. 1960~70년대에는 과제활동으로 벼 다수확, 아카시아 연료림 조성, 돼지 우량번식 등을 추진했으며, 1980~90년대에는 생산소득 작목, 자연보호활동에 힘을 쏟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친환경농법, 농기계 순회 수리 등 4-H회원들의 과제활동에 도움을 주었다.
이날 취재에는 홍순민 전남4-H본부 회장과 지승민 차장, 그리고 정순혁 영암군4-H본부 회장이 동행했다. 정순혁 회장은 “윤남현 선배의 열정은 아기 울음소리 듣기 힘든 농촌에서 농업이 희망을 되찾고 후배들이 4-H를 잘 이어나갈 수 있도록 영암군 4-H회원과 지도자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문맹퇴치, 녹색혁명, 백색혁명으로 화려했던 농촌의 모습이 사라지고, 농촌이 고령화되고 있는 것이 마음 아파 4-H회를 활성화하는 것만이 농촌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매일 4-H기를 대문 앞에 달고 있는 윤남현 지도자의 믿음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정동욱 기자 just11@4-h.or.kr

윤남현 지도자(가운데)의 집 앞에서 홍순민 전남4-H본부 회장(오른쪽)과 정순혁 영암군4-H본부 회장(왼쪽)이 나란히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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