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5 격주간 제911호>
[시 론] 농업의 공익적 기능 높이는데 필요한 토양개량제 석회비료

정 명 채 (국민농업포럼 상임대표 / 농어촌희망재단 이사장)

"이제 우리 농업을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는 친환경·유기농으로 방향을 잡아가려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이를 가능하게 하는 여러 가지 수단들이 갖추어져야 한다. 생석회와 소석회의 공급이 그 하나의 수단임을 인식하고 사용상의 주의점만 정확히 알려 준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특별히 석회석 공장에 부탁해 생석회 15포를 어렵게 구했다. 승용차로 밭에 옮기는 것도 쉽지 않다. 다행히 석회는 입자로 만들어져 있어 다루기가 쉽게 되어 있었다.
금년 이른 봄 감자두둑 만들 때 퇴비 위에 뿌리고 두둑을 지워 그 위에 비닐 랩을 덮었다.
매년 감자·고구마를 번갈아 심는데 감자를 6월에 캐고 나면 1달 정도 비웠다가 김장배추·무를 심는다. 다음 해에는 그곳에 고구마를 심고 고구마를 심었던 곳에 감자가 들어간다. 그렇게 6~7년을 뿌리채소만 유기농으로 하다 보니 흙속에는 굼벵이가 많고 벌레들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밭을 소독할 수 있는 생석회가 필요했는데 정부가 지원하는 토양개량제에는 석회고토만 줄 수 있단다. 고토는 석회로 만들지만 가장 안전하게 숨을 죽여서 토양의 성질을 산성에서 알칼리성으로 중화시키는 기능만을 가지게 하므로 효과가 적다.
가공하지 않은 생석회가 토양소독 효과까지 가지고 있어 쓰임새가 높은데 위험하다는 이유로 이것의 보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옛날 내가 어릴 적에 생석회를 공급받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이 생석회를 뿌리면 산성토양을 중성이나 알칼리성으로 만들어줌과 동시에 굼벵이가 죽고, 흙속에 있던 벌레들이 모두 죽어 토양소독 효과까지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생석회가 물에 닿으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열을 내고 반응을 하는 강력한 소독이고 가루가 날리면 작물이나 가축에도 피해 위험성이 있다 하여 공급을 중단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것을 입제로 만들어 뿌리기 좋게 만들면 생석회나 소석회를 굳이 공급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된다.
여하튼 금년 감자농사는 성공적이다. 우선 굼벵이 피해가 없었고 곤자리 먹은 감자가 없어 수확이 좋았다. 생석회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그래서 밭을 일구고 흙을 뒤집을 때는 생석회를 퇴비와 함께 뿌리게 되었으며, 그러다 보니 온 밭에 생석회를 골고루 뿌리게 되었고 벌레 피해가 적어졌다. 특히 어린 싹을 통째로 잘라먹는 거세미가 줄어들었다. 지난해까지도 거세미가 많아서 감자 싹이 손가락만큼 굵은 것도 하룻밤 사이에 넘겨버려 허탈하게 했었는데 그것이 없어지니 속이 시원하다.
전에는 가루가 날려 이웃 농장이나 작물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것을 팥알만 한 입자로 만들어 공급하므로 먼지가 날리는 피해도 없고 취급위험도 거의 없다. 그런데 왜 정부에서는 토양개량제로 생석회와 소석회를 계속 제외하고 있는 것인지? 농사를 지어 본 사람들은 토양 속에 벌레를 잡을 수 있으면서 토질도 개량할 수 있는 생석회와 소석회를 원하고 있다.
이제 우리 농업을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는 친환경·유기농으로 방향을 잡아가려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이를 가능하게 하는 여러 가지 수단들이 갖추어져야 한다. 생석회와 소석회의 공급이 그 하나의 수단임을 인식하고 사용상의 주의점만 정확히 알려 준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가 생석회공장에 특별히 부탁하여 얻은 생석회 시용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으니 나만 특혜를 누리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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