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1 격주간 제902호>
[영농현장] “원하는 일에 도전하는 힘은 4-H라는 버팀목 때문”
이 범 준  회원 (강원 춘천시4-H연합회장)

연구원 되라는 부모님 설득, 벌통 30통으로 시작
공동과제포에 감자 심어 기금 마련 계획

“불가능이 무엇인가는 말하기 어렵다. 어제의 꿈이 오늘의 희망이며 내일의 현실이기 때문이다”라는 로버트 고다드의 명언이 있다. 이 말의 주인공인 듯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첫 직장으로 양봉을 선택한 불가능을 모르는 4-H청년농업인 춘천시4-H연합회 이범준(29·강원도 춘천시 동면 상걸리 131, 다람농장 대표) 회장을 만났다. 이번 인터뷰에는 강원도농업기술원 안연숙 지도사와 강원도4-H본부 유윤정 실장이 함께 했다.
춘천 시내에서 30분가량 차를 타고 산속으로 들어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살구꽃과 벚꽃이 활짝 피어 선녀가 분홍빛 손수건을 던져놓은 듯 새색시 볼이 붉은 듯 시상을 자아내는 풍광이다.
20~30호 정도 되는 마을 인근 산 속 한적한 곳에 교육형 체험농장을 만들어 지역주민들과 더불어 잘사는 농촌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진 이범준 회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범준 회원은 강원대학교 생물자원과학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식물생태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양봉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양봉 농가를 찾아가기도 하고 인터넷을 이용해 독학으로 준비를 했다. 졸업하면서 본격적으로 양봉과 4-H활동을 시작했다.

연구원이 되라는 부모님을 설득해 벌통 30통 양봉인의 길을 선택한 이범준 회원.

양봉인으로 취업

연구원이 되라는 부모님을 설득해 2017년 2월부터 춘천 인근 동면 상걸리에서 벌통 30통으로 양봉을 시작했다. “원래 호수가 많은 춘천에는 양봉을 하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라며 말문을 연 이범준 회원.
2월부터 4월까지 번식관리를 하고 5월부터 아카시아꿀을 뜬다고 한다. 보통은 아카시아꿀을 뜨기 전에 벚꽃꿀을 뜨는데 이 시기에는 여러 이유로 양질의 꿀을 뜨기 힘들다고 한다. 이범준 회원은 이 시기의 수익을 포기해서라도 소비자에게 양질의 꿀을 판매하겠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현재 벌통 70통이 있으며 내년에는 150통으로 늘릴 계획이다. 교육형 체험농장을 계획하고 있기에 현재 토종닭 80수도 함께 늘려갈 계획이다.
현재 영농규모로 생활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이범준 회원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에 선정돼 3년째 매월 100만원에 가까운 지원금을 받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다만, 지원이 끝나기 전 소득안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단다.

‘4-H’라는 버팀목

이범준 회원은 생업인 양봉뿐만 아니라 4-H회 활동에도 열정적이다. 대학 시절 지도교수를 통해 4-H활동을 알게 됐고, 2017년 춘천시농업기술센터에 찾아가 4-H회원으로 가입했다. 2018년 춘천시4-H연합회 총무를 거쳐 금년에 회장직을 맡아 수행하고 있다.
“올해 춘천시4-H연합회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활동은 연합회 기금을 만들기 위한 단체과제활동이죠”라며 과제활동과 주요활동계획을 얘기했다. “무상으로 임차한 농지 1,300m²(약400평)에 20여명의 회원들과 감자를 재배해서 그 수익금을 모아 회원활동과 귀농청년들을 돕기 위해 사용할 예정입니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점점 회원 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회원 배가운동으로 귀농청년을 돕거나 대학가에 회원모집 현수막을 걸어둘 계획이다. 사업 추진뿐만 아니라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 등 공모사업에 지원하려는 회원들에게 사업계획서 작성법을 안내하여 회원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기도 하다.
4-H활동으로 만난 친구 화천군4-H연합회 송주희 회원으로부터 기획 세트 상품에 이범준 회원이 생산한 꿀을 함께 판매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이범준 회원은 4-H활동과 영농을 통해 많이 배우고 신뢰받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춘천시농업기술센터와 강원도농업기술원 선생님들과 형제 같고 남매 같은 4-H회원들이 버팀목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귀농을 유인하고 재촌 청년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고 영농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을 하나 제시했다.
귀농 인구는 늘고 있지만 청년들이 영농에 성공하기 쉬운 조건은 아니다. 영농을 위해서 토지, 노동, 자본, 기술 4요소가 고루 갖춰져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진입장벽이 높은 부분은 토지이다.
이범준 회원이 제시한 방안은 ‘공유재산의 시스템화’이다. 현재 국유지, 도유지, 시유지 등의 공유재산은 개인에게 5년 임대 후 불하할 수 있다. 이때 일정 비율의 토지를 청년농업인이 불하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4-H활동으로 선배와 후배, 친구들이 만나고 어울리면서 정보를 교환할 때 이 같은 청년들의 제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기성세대들이 받아들여 줄지는 모르지만 로버트 고다드의 말처럼 이범준 회원이 지금 꾸는 꿈이 불가능 없는 현실이 되길 기대해본다.
신호철 기자 Ldshc@4-h.or.kr

이범준 회원은 지역의 농촌지도기관과 4-H가 청년농업인이 정착할 수 있는데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왼쪽부터 이범준 회원, 유윤정 강원도4-H본부 실장, 안연숙 강원도농업기술원 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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