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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주인은 누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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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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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내음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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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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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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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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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너른 대지에 양옥 한 채. 창고 한동
그리고 오백 년생 은행나무 한 그루,
백 년생 느티나무 한 그루
한 오십 년쯤 된 잣나무와 벚나무와 목련
이십 년생 이하의 단풍나무 전나무 불두화나무
뽕나무 개나리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도 같이 살지요.
아내하고 딸이 있습니다
그리고 도자 돌림인 우리집 강아지 여덟 마리가
문 밖을 내다보면서 엄중 감시하고 있습니다.
개미는 아마 수만마리가 살 것입니다
텃밭에 둥지를 튼 대형 개미굴만 세 군데가 있습니다.
또 왕벌집도 하나 있습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저희 집 근처에는
얼씬거리지도 말라며 성을 냅니다
지렁이는 평당 오십마리씩만 잡아도 대략
오천마리쯤 사는 셈인데 실제는
그 보다도 훨씬 많을 것입니다
그밖에 까치 모기 나방 등에 벼룩까지 합하면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것입니다.
참 텃밭도 있습니다
거기 옥수수 들깨 상추 쑥 명아주 고추 배추 무
씀바귀 호박 꽈리 등이 있습니다
요즘 햇빛이 좋다보니 이놈들 자라는 것이
여간 요란한게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이 집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보다 이 집에 오래 살아온 나무들인지
대대로 새끼를 치며 살아가는 벌인지
아니면 지렁이인지 또는 왕국을 건설하고
살아가는 개미들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난 그들 앞에서 주인이라고
감히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소설가 -이재운 님- 글
풍경소리에서 옮겼습니다.
4-h에는 각기 다른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 함께 하시는 곳이죠..
경북 여부회장님께서는 직접 농사도 지으신다고 올려 놓으셨네요 존경스러워요.. 제가 듣기론 4-h 여부회장님들 중 농사를 직접 지으시는 분들이 드물다고 들었던것 같아서요... 음...
제가 위 글을 옮겨 놓은 이유는요!
우리들이 가꾸어 나가는 농촌과 농업의 한 면을 섬세한 표현으로 잘 옮겨 놓은 듯 해서입니다. 우리들이 주인이라 말하지 못하는 농업의 속에는 우리들 말고 수많은 자연적 농군들이 우리들 보다 더 많은 땀과 시간을 들여 농토를 일구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조금은 겸손해도 되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들이 그 자연적 농군들을 힘들게하고 죽어가게 만들고 있으니까요? 비가 오려는지 무지 깜깜하네요..
좋은 오후 되시구요... 앞으로 자주 뵙도록..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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