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으로
겨울 한파에 얼어죽지 않을가 두려워
거실 안으로 들여 놓은
모과 분재에서
싹이 트고
잎이 새록새록 돋아나고 있습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리도록 만든
바보 주인을 만나
때아닌 때 잎을 피워내게 된 모과나무가 얼마나
주인을 원망할런지..
자연속에 있었더라면
혹한의 추위를 견뎌내고
비바람을 몸으로 받아내며
움츠리기를 반복하다가
따사로운 봄 햇살이
나무에게 비추이면
제 스스로 알아서 몸을 녹이고
제 알아서 싹을 틔우고
제 알아서 잎을 펼칠터인데
못난 주인의 짧은 생각으로
모과나무가 치루어야 할 댓가는
때아닌 때에 세상에게 손짓을 하고
제 시기에 죽은 듯 잠을 자야하는
비참함을 맛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온실 안의 화초가 때아닌 시기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사시사철 보는이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할지라도
아무렴 제 시기에 피어난 꽃 보다야
아름다울 수가 있을런지요?
그렇다고
이제서야 모과나무를 밖으로 내어놓으려니
나무도 살아있는 생명을 가졌음이 분명한데
두번 죽이는 실수는 범 할 수 없어
거실에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사람도 그런 것 같습니다.
성장하고
성숙되고
사랑을 하고
( 이 마음은 영원하면 좋고 많을수록 좋겠지요)
...
스스로의 주인인 우리는
오늘
혹여
스스로를 온실 안의 화초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 모과 분재를 밖으로 내어놓으면 어떻게 되나요?
혹시 아시는 분 좀 가르쳐 주세요
생장하는데 이상이 생기지는 않을런지
아는 분이 8년을 정성스레 보살피고 사랑을 쏟아
대학 졸업 선물로 주신 것인데
아무 상식도 없는 주인을 만나 고생을 하고 있답니다.
예쁘게 오래도록 길러내야 하는데 이것 참...
언제 가게 되련지 모르겠지만
시집 갈때 가지고 갈거거든요!
혼자 살게 되더라도
평생 같이 살고 싶은 나무인데
욕심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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