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만남 - 김남조 은밀한 곳에 맑은 샘물이 있다 어둠마다 찾아와 품에 안았을 바람조차 자취가 없다 나그네 몇은 엎드려 물맛을 보고 더러는 얼굴만 비춰보고 간다 이 높은 산정에도 저렇듯 맑은 물이 고여 뭇 산짐승들 마른 목을 축이는 것이어니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이 메말라 가는 내가 외려 부끄럽구나 애인처럼 낮게 엎드려 입을 맞추려는데 산새인 듯 햇살 몇 개 날아와 내 정수리를 쫀다